산악생태계의 지배자, 산고양이

[노트펫] 산에는 당연히 산짐승들이 산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최근 산을 가보면 산짐승이 아닌 의외의 동물들이 제법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동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물은 고양이다. 고양이는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우리 산악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의 자리를 서서히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는 사람이 키우는 반려동물이다. 하지만 일부 고양이들이 주인들로부터 유기되면서 생존을 위해 부득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호랑이 같은 맹수가 없는 산에서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가 없는 산에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국내의 산에는 호랑이는 물론 여우도 없다. 그러니 이런 무주공산(無主空山)에서 고양이가 대장노릇을 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붉은여우(Red fox)는 북반구 대부분에서 서식한다. 2018년 8월 페로박물관

  

산악에서 고양이가 과잉번식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고양이들이 먹잇감으로 사냥하는 동물들 때문에 일어난다.

 

과거 우리 산악을 지배하던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포식자들은 사슴, 고라니, 노루, 멧돼지 같은 대형 발굽동물들을 사냥하며 그들의 개체수를 조절했다. 따라서 이런 맹수들이 존재하는 이상 발굽동물의 과잉번식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늑대를 복원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복원한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식욕이 왕성한 대형 발굽동물의 과잉번식은 숲생태계(forest ecosystem)에 치명적인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체격이 작은 포식자인 고양이는 아무리 그 개체수가 많아도 그런 대형 발굽동물들의 번식을 막을 능력은 없다. 애당초 그런 대형 초식동물들은 고양이의 먹잇감 리스트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양이가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는 생태계에서는 발굽동물의 번영은 약속되어 있거나 예정된 일이라고 마찬가지다.

 

고양이가 노리는 주된 사냥감은 설치류, 조류, 양서류 같은 작은 동물들이다. 이들은 대형 맹수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사냥감들이다. 고양이가 지배하는 산악생태계는 이런 작은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위험한 세상으로 변화하게 된다.

 

경기도 과천의 산에서 촬영한 산고양이. 2013년 12월 촬영

  

그런데 고양이의 이러한 본능적인 사냥 습관은 자칫 숲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야생의 생태계는 매우 정교하게 서로 연결되어져 있다. 그래서 어느 한 쪽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다른 한쪽에 영향을 주게 된다.

 

만약 산에 사는 고양이의 개체 수가 증가하여 조류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일이 발생하면 그곳에서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 수는 폭증하게 된다. 곤충의 천적이 조류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쉽게 이해가 되는 일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 고양이를 유기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이다. 그래서 도시에 버려진 고양이가 생존을 위해 도심이 아닌 산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금이라도 숲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산에 사는 고양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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