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에게 고양이는 어떤 존재일까?
[노트펫] 고양이는 앙증맞고 귀여운 외모의 매력적인 동물이다. 작은 체구에 세련되고 날렵한 외모를 가진 고양이는 약간 시크한 면도 있다. 고양이의 이런 도도함은 고양이가 가진 매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약간의 까칠함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상당히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양이의 매력을 배가시켜 주는 일종의 촉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동물, 특히 야생조류에게 고양이는 마냥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다. 고양이는 사람과 야생동물에게 상반된 존재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고양이는 놀라운 사냥능력을 가진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고양이의 선조는 북아프리카의 건조지대에서 살았던 외로운 포식자였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세상 곳곳으로 그 영역을 넓히게 된다. 이제 지구에서 고양이가 살지 않는 곳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개와 고양이는 늘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과 같이 살던 고양이들 중 일부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서 야생동물이 되면서 발생했다. 이들 고양이 중 일부는 자기 발로 주인의 품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주인에 의해 유기되었거나, 그런 유기동물(abandoned animal, 遺棄動物)의 후손일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자연에서 다시 야생성을 회복하여 야생동물(wild animals)이 된 고양이는 생존을 위해 작은 동물들을 사냥한다.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伴侶動物)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비교적 잘 보전된 자연환경 덕분에 야생동물의 개체수도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그런 미국에서 야생동물로 돌아간 고양이들은 작은 야생조류의 천적(天敵)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Texas State) 댈러스(Dallas)에 있는 페로박물관(Perot Museum)에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박물관의 자료를 참고하면 미국에서 고양이가 사냥하는 야생조류의 수는 연간 5억 마리에 달한다. 충격적인 수치다. 귀여운 고양이가 야생조류를 사냥하여 입에 물고 있는 아래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사진 속의 야생조류를 죽인 동물은 고양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사주한 존재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그 고양이를 한적한 곳에 버리고 간 전(前) 주인이야말로 사진 속 야생조류의 죽음에 진정한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의 유일한 죄는 주인을 잘못 만나서 야생으로 던져진 것 밖에 없다.
환경부는 24일 들고양이 관리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올해 안에 국립공원 들고양이에게 울긋불긋한 새(조류)보호목도리를 씌우기로 했다. 새 등의 동물이 고양이의 접근을 잘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고양이의 사냥 성공률을 낮추도록 고안됐으며 해외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쥐는 색감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보호목도리를 찬 고양이의 쥐 사냥능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려동물인 개나 고양이는 야생동물이 더 이상 아니다. 이들의 집은 자연이 아닌 인간의 집이다. 인간과 같은 집에서 사는 반려동물들이 의도치 않게 자연으로 돌아가서 다시 야생동물이 되면 사진과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유기동물이 생겨서는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위의 사진 한 장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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