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남자 사육사를 감금한 암컷 물개

[김민정 일본 통신원] 전생에 인어공주였을까. 일본 자유기고가가 쓴 수족관에서 벌어진 남자 사육사를 사랑한 암컷 물개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이야기는 지난 3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남부 아이치현 가마고오리시 다케시마수족관에서 사육사로 일해온 고바야시 류지(34살)는 관장 선임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다케시마수족관은 5년 전만 해도 낡은 시설에 너무나 적은 예산 때문에 폐관할 처지였다. 고바야시는 그런 수족관에 활기를 불어 넣은 사육사였다.


주임 사육사가 된 뒤 그는 서비스 정신 넘치는 기획과 전시를 선보였다.


복상어 같은 특이하고 귀여운 생물들을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수조 '만지는 풀장'을 설치하거나 전시 중인 물고기들의 추천 요리법을 소개하거나 재부를 부릴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거대한 쥐 '캐피바라'의 쇼도 매일 개최했다. 덕분에 연간 12만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이 올해는 4년여만에 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개 라브와 다케시마수족관의 고바야시 류지 관장. 올 3월 라브는 고바야시 관장을 사실상 감금했다.

 

사육사가 그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던 탓에 그도 사육일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그의 일 중 하나는 물개와 비슷한 종류인 오타리아 '라브'(5살)를 보살피며 쇼도 담당하는 것이었다.

 

지난 3월27일 라브의 방에서 일이 벌어졌다. 고바야시가 라브의 사육사를 청소하는 도중 라브가 고바야시의 몸을 휘감았다. 이전에도 가끔 있는 일이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라브는 얼마나 고바야시를 잘 따르던지 먹이를 주지 않아도 쇼를 진행할 정도였단다.

 

청소를 마치고 사육사를 나가려는 순간, 라브가 고뱌야시를 출입구에서 가장 먼 벽에다 밀어 붙였다. 그러곤 놔주질 않았다. 몇 번이고 나가 보려고 이리저리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라브는 물어버리려고만 했다. 고바야시의 체중은 60kg, 라브는 75kg. 힘이 얼마나 센지 대항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1시간이 흐른 뒤 이상함을 눈치 챈 다른 사육사가 달려와 먹이를 줘가며 라브를 진정시킨 끝에 고바야시는 겨우 사육사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가끔 있는일 아닌가. 올해 12년차인 고바야시에 따르면 그렇지 않단다.

 

라브는 또 한 명의 담당사육사의 경우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청소를 하러 방에 들어가도 무시한 채 헤엄 치기만 할 뿐이고 다른 사육사가 먹이없이 쇼에 데리고 가려는 것을 용납치 않았단다.

 

왜 이런 행동을 보인 것일까. 담당 사육사와 물개 사이의 유대감 때문이라고 고바야시는 설명했다. 

 

수족관 사육사로서 수생동물을 좋아하는 건 당영한 자질이다. 그걸 넘어 진정한 교감을 나눌 때라야 더 훌륭한 콤비가 될 수 있다. 고바야시는 "방문객에게 보여주는 쇼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개로부터 '이 사람을 보고싶다, 함께 쇼를 하면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사람과는 쇼를 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먹이를 줘도 쇼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브는 남미 칠레에서 포획된 뒤 이곳에 왔고, 처음부터 고바야시가 사육을 맡았다. 고바야시에게도 라브는 다른 물개와 달리 처음부터 자신이 훈련을 시킬 수 있었던 최초의 물개였다. 그는 자신의 라브에 대한 애정이 도를 넘은 것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물개와 사이좋게 지내려면 매일 꾸준한 관계를 쌓아 나가야 한다"며 "보통은 하루 5, 6회 정도 놀아주는데 라브는 10~15회 정도 만나러 간 것이 도를 넘은 것같다"고 쑥스러워했다.

 

한편 고바야시 관장은 물개 스타일인 듯하다. 사람 인간 여성들에겐 전혀 인기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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