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팩 뒤집어쓴 강아지들
'자연의 은혜가 가득, 허브로 피부 건강과 반짝이는 털을!'
마치 화장품 광고 같은 문구가 일본의 어느 펫숍에 내걸려 있다. 펫숍 맞냐고? 펫숍 맞다. 온 몸과 얼굴에까지 초록색 팩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개의 사진. 첫눈에는 웃음이 나오는데..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소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젠 반려동물도 아로마 허브팩을 즐기는 세상인가 보다. 5000년 전부터 인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에 많이 쓰이는 허브를 이용해 펫이 전신 팩과 맛사지를 받는단다. 그 오랜 옛날부터 사람의 스킨케어와 헤어케어에 사용됐다는 허브 종류를 사용한다.
아유르베다 관련 펫 팩을 취급하는 일본의 회사 중에 유레카라는 곳이 있다. 이 회사는 인도의 한 농장과 제휴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비료로만 키워낸 허브를 가져다 쓰고 있다고 홍보한다. 에코쎌 등의 여러가지 유기농 인증도 받았단다.
좀 더 들여다 보면 팩의 주원료로 '카시아'(cacia)라는 허브가 사용된다. 카시아는 푸석푸석한 털을 풍성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영양을 공급해 털빠짐을 방지해 주는 작용을 한다. 피부병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허브다.
강력한 정화작용을 하는 다른 원료 '님'(neem)은 벌레퇴치와 살균, 해독작용에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인도에선 '마을의 약방'으로 불리웠던 나무다. 특히 박테리아의 살균에 좋은 효과를 내며 소취작용이 있어 펫의 몸냄새 제거에 좋다. 또 '님'은 비듬방지, 충치예방을 위한 제품에 반드시 들어가는 허브라고한다.
허브 팩은 트리밍숍에서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미 가정용 제품까지 나와 있다. 팩을 하는 설명서도 잘 돼 있다. 페이스트상태로 만들어 사용하되 피부나 털이 많이 건조해 있을 땐 오일의 양을 늘려주고 털이 짧은 개는 등쪽부터 바르기 시작해 얼굴까지 도포하는 식이다.
팩을 받는 개들은 얌전히 있을까. 팩을 받는 과정에서 몸이 따뜻해지므로 편안함을 느끼는지 꾸벅꾸벅 조는 개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초록색 팩을 잔뜩 뒤집어 쓴 개들 대부분은 몸을 좌우로 세차게 흔들기를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처참한(?) 광경이 벌어진다. 약재가 사방으로 튀어나갈 뿐만 아니라 팩의 효과도 반감되니 맛사지 중엔 절대 개의 몸에서 손을 떼지 말아야 한다고 권장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또 도포에서 마지막 말리기까지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팩을 하고 나면 털에서 나는 윤기란 샴푸 선전 못지 않아 보호자들에게 한번쯤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좀 피곤하기도 할 견생(犬生)이기에 몸과 마음의 정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예 주인과 나란히 누워 사이좋게 커플 팩과 맛사지 받는 트리밍숍도 곧 생겨날듯하다.
허브 팩은 개 뿐만아니라 고양이나 팰렛 등의 포유류에게 사용해도 괜찮다. 다만 토끼, 햄스터같이 물에 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펫에게는 상황을 봐가며 사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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