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앞에서 벌벌 떨던 아기고양이 입양 보내느라 꼬박 새운 이틀

2019.09.25 14:10:02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이모가 너 구조 하느라 정말 정말 힘들었어. 엉엉"

 

건물 앞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에게 새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이틀을 꼬박 세운 랜선 집사가 있다.

 

건물 앞에서 우유 대야와 함께 떨고 있던 아기 고양이 

 

지난 2일 부산의 한 건물 앞. 비바람이 들이치고 있는 곳에 아기양이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있었다. 그 옆에는 먹지도 못할 우유가 놓여져 있었다.

 

건물에 들어가다 이를 발견한 가영 씨. 곧 어디로 가거나 혹은 돌보는 이가 있겠거니 했지만 일을 보느라 수차례 왔다갔다해도 그 녀석은 그 자리에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수건에 박스, 그리고 우산. 

 

어느새인가 누군가가 수건과 박스를 그 옆에 가져다 놓은 게 보였다. 아마 있을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덜 춥게 있으라는 뜻이었을 테다. 가영 씨는 비 맞지 말라고 우산을 가져다 앞에 씌워줬다. 

 

하지만 주인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저체온증까지 우려된 아기 고양이. 가영 씨는 사정상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었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혹시 키워줄 사람이 없을까 알아보기로 했다.

 

어떤 결말을 낳게 될 지 뻔한 동물보호소는 처음부터 리스트에 두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낸 것이 SNS에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임시보호처만이라도 구할 수 있겠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새집에 온 심바의 근황

 

자신이 알고 있는 반려동물 커뮤니티란 커뮤니티 모두에 글을 게시했다. 가영 씨의 따뜻한 마음씨가 통한 것인지 우유, 수건, 박스, 우산까지 씌워져 있는 것을 본 이들 가운데 잠시지만 맡아 주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렇게 임시보호 중개가 시작됐다. 가영 씨는 연락이 온 첫번째 임시보호자에게 그 녀석을 데려가 맡겼다. 첫번째 임시보호자 역시 사정상 오래 데리고 있을 수 없었고 중개를 시작한 가영 씨도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연락이 닿은 두번째 임시보호 희망자와 첫번째 임시보호자가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고, 두번째 임시보호 이후를 대비했다. 그렇게 이틀이 흘러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임시보호자를 찾아야 하나 걱정이 산더미가 같았던 그때 입양희망자가 나타났다. 가영 씨의 글을 본 지인이 선뜻 입양을 희망했다. 이미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던 지인은 유기묘 입양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이 사연을 듣고선 데려가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심바는 따뜻한 주인의 품을 너무나 좋아한다. 

 

이렇게 가영 씨의 임보 중개는 입양 중개로 이어졌고, 셋째날 이 녀석은 평생 살게 될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더불어 SNS에 들어온 문의에 답하며, 녀석이 잘 있는지 확인하면서 하얗게 불태운 이틀간의 아기 고양이 구조 입양기도 막을 내렸다.

 

20여 일이 흐른 지금 덜덜 떨고 있던 이 녀석은 심바라는 이름으로 한 가족의 일원이 됐다. 두 마리 고양이들과의 합사에도 성공했단다.

 

종종 날아오는 심바의 근황은 가영 씨에게 뿌듯하고도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두 마리 고양이와 합사도 성공. 

 

가영 씨는 "심바는 따뜻한 사람의 품과 집을 좋아해서 새 주인에게 꼭 붙어 있는다"면서 "이젠 행복한 추억들만 계속 만들면서 예쁘게 잘 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을 탔던 흔적으로 봐서는 누군가 우유와 함께 그 자리에 놓고 간 것"이라며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진심으로 사랑해줄 자신이 없다면 절대로 데리고 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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