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던날 쓰던 물건과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진 고양이

2019.09.26 10:05:38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태풍이 북상하던 날 이동장, 밥그릇 등 쓰던 물건과 함께 통째로 쓰레기장에 유기된 고양이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 제주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던 제 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충청남도 아산도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반복됐다.

 

이날 오후 잠시 바깥에 나왔다가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을 지나던 A씨의 눈에 분홍색의 이동장이 눈에 띄었다. 평소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면 혹시 누군가 버린 것은 아닌지 가슴부터 내려앉았던 A씨.

 

 

열려진 이동장 한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턱시도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다가가서 보니 아주 말끔한 행색에 이곳에 버려진 지 얼마되지 않은 듯했다.

 

A씨는 주변을 살펴보다 흩어져 있는 각종 고양이 용품을 보고선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밥그릇에 스크래처, 화장실과 쓰다만 화장실 모래 등등. 이 녀석은 이렇게 궂은 날씨에 원래 살던 집에서 통째로 내쳐진 것이었다.

 

 

A씨에게 다가와 부비적 대는 이 녀석. 사람 손에 길러져 왔던 것이 틀림이 없었다. 이 녀석은 이렇게 부비적 대다가도 멋쩍었는지 비에 젖은 용품 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주인이 이곳에 자기를 버린 것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길고양이로 알아서 적응하고 살라고 눈감고 외면한 채 자리를 떠야하는 건가' 짧은 순간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던 A씨. 차마 감당할 자신은 없고 어찌할 지 너무 막막했던 A씨는 보호소에 연락을 취했고, 이날 오후 5시쯤 보호소에서 포획팀이 나와 이 녀석을 데려갔다.

 

 

이 녀석은 현재 아산동물보호소에 있고,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도 공고가 올라온 상태다. 2019년 생 수컷으로 몸무게는 6킬로그램으로 '쓰레기장 유기묘 신고. 핑크가방에 유기됨.' 이 내용이 공고에 기재된 내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녀석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는 점이다. A씨가 SNS에 통째로 버려진 이 녀석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임시보호처가 나타났고, 기본검진과 중성화수술 이후 임보처로 이동하기로 이야기가 됐다. 아산보호소 자원봉사자의 노력이 컸다.

 

물건과 함께 통째로 버려진 이 고양이는 보호소에서 타파 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공고 사진.

 

또 이름도 생겼다. '타파'다. 당연 생각하듯이 태풍 타파에서 이름을 따왔다. 태풍 타파가 오던 날 구조되어 붙여진 이름이니 새가족을 만나게 되면 다시 이름이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A씨는 구조와 별개로 타파를 버린 주인을 찾기 위해 경찰을 찾아갔다. 반려동물 유기 사건에서 늘 그래왔듯이 경찰과 시청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 펼쳐져 유기한 주인을 찾아내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결코 녹록치는 않다.

 

A씨는 "유기한 주인을 처벌하는 것에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버린 인간이 누군지라도 알아야 당신 그 따위로 살지 말라고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해줄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며 "주인 찾기는 어렵게 되어가고 있고, 현재로서는 타파의 임보처 이동 뒤 새가족을 찾아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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