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감옥' 국내 최대 사설 보호소 애린원 해체됐다

2019.09.26 17:00:34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구조돼 케이지에 위치된 애린원 개들.

 

[노트펫] 돌보는 개들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내 최대 규모 사설 유기견 보호소 '애린원'이 해체됐다.

 

동물보호계 주도로 해체가 이뤄지면서 펫샵측으로부터 '동물 앵벌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왔던 국내 동물보호계도 자정능력을 확인하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25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 위치한 애린원에 대한 강제 철거가 집행됐다.

 

애린원의 개들 구조를 위해 만들어진 동물단체에서 애린원 부지 주인과 직접 임대계약을 맺고, 애린원 해체와 인수를 선언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지 2년 여 만이다.

 

올해초 케어의 불법 안락사 폭로를 주도한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2016년 비글 두 마리가 무단으로 애린원으로 빼돌려진 것을 알고, 오직 애린원 해체 만을 위한 목적으로 생명존중사랑실천협의회를 조직해 공경희 애린원 원장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전부터 논란이 많았으나 이일이 기폭제가 됐다. 

 

애린원에서 자체 번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들.

 

강제 집행은 부지 위에 세워진 개집 등 시설물 철거가 대상이었고 애린원에 있는 개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있는 대로 시간을 끌어왔던 공경희 원장측은 휘발유를 바닥에 부어 불을 붙이고, 뒷문을 열어 개들을 나가도록 하는 등의 저항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은 예상대로 개들을 두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서 25일 밤까지 애린원에 있던 개 1043마리가 동물단체와 활동가, 수의사 등의 손에 구조됐다.

 

애린원은 국내 사설 보호소의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항상 맨앞에 나왔던 곳이다. 애린원은 대략 25년 전 쯤 공경희 원장이 사비를 털어 현재 위치에 견사를 지으면서 시작됐다. 사설 보호소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던 시절 애린원은 갈 곳 없는 유기견을 수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보호소였다.

 

전국 각지에서 유기견 보호 의뢰가 들어올 정도의 전국구 보호소였고, 늘어난 유기견들의 열악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시민 후원금과 봉사자들도 쇄도했다. 하지만 숫자만 늘어났을 뿐 그에 걸맞는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문제였다.

 

해체 이전 애린원 내부 모습.

 

중성화 수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외부에서 들어오는 개에 더해 자체 번식까지 일어나면서 관리불능의 상태로 빠져 들어 버렸다. 개끼리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약육강식의 '개 감옥'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 때 애린원 내 유기견 수는 최대 3000마리까지 불어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의사 단체들도 수차례 가서 중성화수술 등의 봉사활동을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전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두 손을 들어야 했다.

 

이날 철거 현장은 끊임없이 지적했던 관리 부실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철거를 하는 도중에도 새끼가 태어나고 있었고, 태어난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새끼와 어미들도 여기 저기서 발견됐다.

 

사료통은 쥐 사체가 있는데도 사료가 부어져 있었고, 컨테이너 아래나 견사 구석구석에는 사체들이 발견되고, 거의 모든 아이들이 피부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철거를 하면서 우리가 목격한 애린원 현장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처참했다"고 구조 후기에서 밝혔다.

 

케이지 안에 들어 있는 애린원 개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말 진행한 사설동물보호 실태 조사(연구책임자 이혜원 바우라움메디컬센터 원장)에 따르면 전국에 82개소의 사설보호소가 있고, 대략 1만5000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2개소 중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42개소로 이들 대부분은 재정 환경이 열악하며 특히 20개소를 심층조사한 결과 4개소가 애니멀 호딩이 의심됐다. 애린원은 국내의 열악하고 관리능력이 떨어지는 사설 보호소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번 애린원 해체는 동물보호계의 자정능력을 보여준 것인 동시에 여타 사설 보호소의 관리와 운영에도 큰 획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애린원 안에 있던 개들의 구조 작업은 마무리됐지만 이제는 사후 관리 문제가 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애린원 부지 내 정화 작업과 시설 설치 작업을 마친 뒤 새로운 보호소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강제집행에 오기까지 단체의 재정을 쏟아부은 터라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임시거처가 무산되면서 케이지 안에 어쩔 수 없게 머물게 된 개들을 돌볼 인력 봉사도 절실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당장 해결해나가야 할 아이들 견사 공사와 인허가 비용 그리고 그동안 아이들 관리 비용만 해도 턱없이 모자란다"며 "어느 때보다 여러분의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애린원 아이들의 새로운 삶을 위한 모금 안내

1)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 회원가입 및 애린원전용 CMS(정기.일시후원) 

http://www.ihappynanum.com/Nanum/B/4RUKFGQI90

 

2)비글구조네트워크(구.생존사) 네이버 카페 회원가입 및 후원

https://cafe.naver.com/forlives/4254

3)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 애린원구조 전용 후원계좌

농협 351-1089-1741-93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

 

**모든 후원금은 연말 소득 공제용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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