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무리지어 사는 이유

[노트펫]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큰 변화가 있었다. 당시 필자의 집에는 고양이와 강아지 한 마리씩을 키우고 있었다. 고양이는 한국인에게 코리안 쇼트 헤어였고, 강아지는 스피츠였다.

 

앞서 언급한 큰 변화는 덩치 큰 변화였다. 아버지가 예상 못한 행동을 하셨기 때문이다. 도사견(土佐犬), 그것도 성견(成犬)을 데리고 오셨다. 초등학생의 예상보다 도사견은 훨씬 컸다. 너무 놀라서 아버지에게 체중을 여쭤보았다. 무려 75kg, 성인 남성과 맞먹는 체구였다.

 

아버지가 갑자기 도사견을 데려온 이유는 도사견 주인과 아버지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견주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다가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부득이 도사견을 성심껏 키워줄 애견가에게 넘겨야 했다. 그분 입장에서 아버지는 믿을만한 애견가였다.

 

아버지에게는 대형견이 필요했다. 70년대 주택가는 도둑들이 들끓었다. 어려웠던 시절, 주택가 담장은 도둑들에게 참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도사견 입양 일주일 전, 낯선 발자국이 주방에 보였다. 당시 주방은 주택 본채와 연결되었다.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도사견이 마당에 버티는 집은 도둑 입장에서는 철옹성과 같다. 도둑은 그 집을 침입하기 위해서는 도사견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도사견이 집에 온 이후, 아무도 밤에 침입하지 않았다.

 

도사견은 꼬마들에게 화제의 중심이었다. 도사견 구경은 꼬마들에게는 동물원에 가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필자의 집은 도사견을 키우는 집으로 유명세를 겪었다.

 

하지만 성격이 좋아서 가족들의 사랑을 받던 도사견은 안타깝게 2년 뒤 세상을 떠난다. 갑자기 파보바이러스 증세를 보이며 급사했기 때문이다. 도사견 이야기를 한 이유는 사자라는 맹수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암사자 기준 체중 120~150, 수사자 기준 200~250kg이나 되는 거구인 사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백수(百獸)의 제왕이다. 하지만 그런 사자도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단독생활을 하기 어렵다. 초원에는 사자 외에 하이에나(Hyena)라는 매우 강력한 맹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에나는 잘못 알려진 측면이 많은 억울한 동물이다. 사냥은 못하면서 죽은 사체나 먹는 보잘 것 없는 청소동물(Scavenger, 淸掃動物)로 알려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하이에나는 사냥 실력이 출중하고 강력한 결속력으로 사자도 겁내할만한 물리적 힘도 가지고 있다.

 

사자와 자웅을 겨루기 위해서는 체구도 당당해야 한다. 하이에나는 도사견과 비슷한 체중 70~80kg이다. 이런 맹수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으면 아무리 사자라도 혼자 살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쉽다. 특히 성체 사자보다는 어린 사자들의 피해가 심각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

 

성인 남성과 맞먹는 체구의 하이에나. 2017년 7월 시카고 필드뮤지엄

 

하이에나도 사자와 마찬가지로 단독생활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자 이외에도 이들을 위협하는 맹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명 리카온(Lycaon)인 아프리카 들개(African wild dog)의 체중은 20~30kg다. 비교적 경량급이지만 뭉치면 그 어떤 맹수에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낮잠을 즐기고 있는 리카온. 2012년 어린이대공원

 

리카온의 체중은 진돗개와 비슷하다. 진돗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리카온이 가진 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하이에나라고 해도 수적 열세에 처하면 리카온에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들개들은 병정개미들 같이 강력한 투쟁력을 가진 맹수다. 이러니 백수의 제왕인 사자를 위협하는 하이에나라도 리카온들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사자가 무리생활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일이다. 무리 생활을 통해 사냥 효율성은 물론 다른 맹수들의 위협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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