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숍 아저씨를 벌벌 떨게 하는 개들

지난 토요일 입마개를 한 슈나우저가 미용하러 우리 가게에 왔다. 내 머릿속에는 "아,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입마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녀석은 좀 제멋대로다. 시끄러운 것은 물론이고 사람을 물려 들기까지 한다. 그래서 보호자 아주머니께서도 아예 외출할 때 입마개부터 꺼내든다고 한다. 그 녀석도 보호자도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녀석은 그래도 내가 보기에 무서운 축에 끼기 어렵다. 이 녀석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을 만나는 두려움에 쉴새없이 짖어대고 겁에 못 이겨 물기까지 한다. 처음에 놀랬지만 몇번 보니 딱 그 꼴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약자의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이 애보다 더 무서운 녀석은 짖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한 순간에 물어 버리는 녀석이다. 싸인이라도 줄 것이지. 그런데 물기면 하면 다행이다. 이럴 때면 나타나는 포식 번능이 더 문제다.

 

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기까지 한다. 딱 사냥감을 물고 흔드는 모양새다. 상상하기도 싫은 그 다음 단계인 절단으로 넘어가지 않으려면 후다닥 팔을 빼는 수밖에 없다.

 

이럴 때면 가죽으로 된 팔뚝가리개라도 하나 사야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제 성질에 못이겨 무는 애들도 거의 동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가게에는 응급상자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강아지꺼, 또다른 하나는 내꺼. 경력이 10년 넘은 나지만 많이 물린다. 그런데 강아지꺼는 왜 있느냐고, 혹시 사고빈발이냐고? 그런 생각을 마시길. 그렇다면 벌써 소문이 나서 내가 여기 있기 힘들 것이다.


산책을 나섰다가 발톱이 빠지거나 발바닥에 찔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집 단골들이 병원에 가기가 마땅치 않을때 일단 우리집에 들르시곤 한다. 우리 가게에 응급상자가 있는 것을 아시기에. 


나를 쫄게 하는 개들 중 최고는 따로 있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나이가 들었을 것. 둘째, 사나울 것. 나이가 많지 않다면 힘으로 제압하기라도 하지, 나이가 들다 보니 이건 뭐 뾰족한 수가 없다. 그냥 물면 무는 대로 물리는 수밖에 없다. 그날은 응급상자를 꺼내드는 날이다.

 

보호자분들 중에서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우리집개 안 물어요"하시면서 미용을 맡기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동네에서는 웬만큼 다 안다.

 

그래서 어느집 개는 동네 미용사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기피대상이 되기도 한다. 보호자님들 그냥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저희도 물리면 아프답니다. 그리고 저희는요 누가 나쁜 애인지 착한 애인지 다 알고 있답니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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