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이 위험한 이유

강아지, 고양이와 친하고 싶다면 낮은 자세로 접근하세요

 

[노트펫] 모든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계심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본능이기도 하다. 만약 경계심을 갖추지 않은 동물이 있다면 지금부터 몇 시간 이내로 모두 사라질 것이다. 경계심은 이렇게 생명체에게는 필수불가결한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특정 동물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동물의 그런 생존 본능을 절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이를 자극하는 행동도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동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두리틀(Dolittle) 같은 인물은 현실에는 없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승마장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승마장의 기수는 필자 일행들에게 말이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행동은 사람과 말의 안전을 위해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말의 뒤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일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며 특히 말의 뒷발 사정거리 안으로 걸어 다니는 행동은 말에 대한 도발과도 같다고 했다.

 

말의 눈은 해부학적으로 전면(前面)을 보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말의 눈은 뒤를 보기에는 불편한 구조다. 그래서 말은 자신의 뒤에 낯선 존재 특히 위협적이라고 판단되는 존재가 접근하면 본능적으로 뒷발로 걷어 차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승마장에서 이동할 때는 서있는 말의 뒤로 이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에는 승마장의 말과 친척인 얼룩말이 있다. 이들은 체구도 크고, 사납고, 빠르다. 그래서 사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사냥감이기도 하다. 사자는 사냥을 하다가 사냥감과의 몸싸움에서 종종 부상을 당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얼룩말이다. 제 아무리 사자라고 해도 얼룩말의 강력한 뒷발에 제대로 걷어차이기라도 하면 턱뼈는 으스러지고, 갈비뼈는 골절상을 입기 마련이다. 다 아는 일이겠지만 야생에서의 골절은 죽음을 의미하는 일이다.

 

개나 고양이는 얼룩말이나 말처럼 뒷발로 걷어차지는 않는다.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동물인지라 말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경계심도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낯선 개나 고양이에게 접근하고 싶으면 몸을 사진처럼 낮게 하고, 손도 고양이의 눈이 충분히 볼 수 있는 높이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 2012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어느 공원

 

자신과 친하지 않거나 초면인 개나 고양이를 만지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 있다. 사람의 손을 개나 고양이의 눈위 높이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이다. 이런 행동은 이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자신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던 사람의 손이 갑자기 자신에게로 접근하면 개는 그 손을 물 수 있고, 고양이는 앞발로 할퀼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는 전적으로 사람의 잘못이다. 개나 고양이는 생존본능에 맞게 행동한 죄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개나 고양이의 눈 아래의 높이에 손을 위치하고 그 손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이들의 눈보다 아래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게 좋다. 그러면 이들은 사람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별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낯선 개에게 물리지 않고,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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