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키우면 임신 못한다고?

2015.08.31 16:42:3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KAHA엑스포 보호자 세미나⑧

임신과 육아, 그리고 반려동물

"반려동물, 임신과 태아 영향 희박"

 

임신에서 출산, 그리고 육아까지 그 과정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엄청나게 굳센 의지(?)를 필요로 한다. 주위 어른들의 엄청난 압력을 피할 수 없다.

 

결혼 한참 뒤까지 애가 들어서지 않는 것도 개 탓이고, 개의 털이 태아에 해를 입힌다는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 개나 고양이 때문에 유산되거나 기형아를 낳는다는 기겁할 이야기도 존재한다.

 

하지만 99% 사실이 아니다. 윤홍준 월드펫동물병원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윤 원장은 지난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반려동물건강의료박람회에서 '반려동물이 함께 있기에 더 행복한 임신과 육아'를 주제로 강연했다. 임신과 육아를 주제로 한 강연은 흔치 않은 일이어서 그 시간이 더 소중했다.


◇개,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이 안된다?

 

불임 가정을 보면 키우지 말라 압력이 들어 온다. 실제 불임부부가 강아지를 많이 키운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저기 떠도는 가장 흔한 주장은 여성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모성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것이 임신을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게스테론을 모성 호르몬으로 번역해서 부르다보니 발생하는 해프닝일 뿐이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이 세상에 둘째 아이는 전혀 태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첫째 아이를 키울 경우에도 모성 호르몬이 나오는데 어떻게 둘째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또 개털이 나팔관을 막아서 배란이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의 경부는 단단히 막혀 있다. 그런데 만일 개털이 경부를 통과해 나팔관을 막을 정도라며 여성은 수영도, 샤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먼지에 의해서도 배란이 안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불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주장 하나도 사실과 맞는 것은 없다.


◇반려동물의 털이 태아에 해를 입힌다?

 

결론적으로 반려동물의 털은 물론이고 그 어떤 것도 태아에게 해를 입히기 어렵다. 태아는 태반이라는 강력한 방어막을 갖고 있다.

 

태아는 영양분이나 산소를 태반을 통해서 받게 돼 있다. 태반은 이를 선택적 흡수하며, 웬만한 박테리아도 거른다.

 

약리학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특정 약물이 태반을 통과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며 산모의 경우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는 약물로 치료하는 것은 당연하다.

 

약물도 이러한대 털이나 박테리아가 태반을 통과하기는 어렵다. 털이 태아에 전달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불행히도 태반은 알콜이나 니코친은 통과한다. 그래서 피하라고 하는 것이다. 또 일부 기생충 중에 통과하는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 강아지와 고양이의 털이나 기생충으로부터는 안전하다.


◇반려동물 때문에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낳는다?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다. 톡소플라즈마라는 고양이 기생충이 있다. 톡소플라즈마는 태반을 통과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태아에 전달될 수 있다. 특히 태아가 15주령 이하일 때 톡소플라즈마가 침투하면 기형이 될 수 있다.


이 톡소플라즈마는 생식이나 생야채, 육회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증상은 오한과 발열이 나다가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며 한 번 걸리면 남은 평생 면역이 생겨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고양이도 대부분 회복되며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

 

톡소플라즈마가 태아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톡소플라즈마에 한번도 노출되지 않은 임신초기 여성과 역시 한번도 노출되지 않은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어야 한다. 또 고양이는 외출이 가능해야 한다.

 

고양이가 밖에 나가서 걸려 돌아왔을 경우 2주 뒤부터 톡소플라즈마가 변을 통해 배출되는데 그 변이 24시간 동안 방치돼야 하고, 그 변을 손으로 만진 뒤 입으로 가져가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때문에 톡소플라즈마에 걸릴 확률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사례가 해외에는 의외로 많다. 북유럽과 미국에서 태아 감염 사례가 굉장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1년에 1만건에 달한다. 그런데 여기도 사실 고양이와는 상관이 없다.

 

대부분 거주하는 곳이 농촌과 어촌 지역으로 밭일을 하거나 생식을 한 것이 감염의 이유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고양이 변은 남편이 장갑을 끼고 치우도록 해야 한다. 또 야채를 다듬을 때 장갑을 끼고 다듬어야 한다. 이것만 조심하면 걸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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