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위해 펜스 등반하는 '뽀시래기' 아깽이.."떨어져도 다시 도전!"

2020.02.12 09:29:48    서윤주 기자 syj13@inbnet.co.kr

 

[노트펫]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 넘는 높은 벽을 만났을 때 우리는 종종 지레 겁을 먹거나 쉽게 포기하곤 한다.

 

여기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다란 펜스를 넘어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뽀시래기 냥이가 있다.

 

몇 번이고 떨어져도 다시 펜스 위를 오르는 아깽이 '만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마구 샘솟는다. 물론 포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말이다.

 

"안뇽하떼여. 만두예여! 저는 포기를 모르는 냥이져!"

 

만두가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집사 민주 씨는 첫째 고양이 '가을이'와 공간 분리를 해주기 위해 펜스를 설치했다.

 

꼬꼬마 만두에게 펜스는 꽤나 높았기 때문에 탈출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는데.

 

떡잎부터 의지가 남달랐던 만두는 앙증맞은 솜방망이로 펜스를 야무지게 잡고 열심히 올랐다고 한다.

 

 

아직 아가라 힘도 없고 균형을 잘 잡지 못해 펜스에서 몇 번이고 떨어졌지만 만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민주 씨 : 지금도 그렇지만 만두는 떡잎부터 포기를 모르는 고양이었어요.]

 

영상 속 뽀시래기 냥이 만두는 어느새 훌쩍 자라 올해로 5살이 됐단다.

 

"지금은 아주 여유 넘치는 으른냥이가 됐다냥!"

 

여전히 한 번 꽂힌 것은 포기하는 일 없이 집착을 한다고. 최근에는 정수기를 지키는 것에 꽂혀 지킴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정수기 지킴이의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지킨다옹.."

 

만두의 특기는 문열기란다. 현관, 베란다, 방, 옷장 등 못 여는 문이 없다고.

 

손을 정말 잘 써서 서랍을 열어 간식을 꺼내 먹기도 하고 민주 씨가 화장실에서 씻고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와 지켜주는 든든한 냥이란다.

 

 

겉으로 봤을 땐 구김없이 마냥 해맑은 냥이 같지만 사실 만두는 심한 허피스를 앓는 바람에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걸 본 민주 씨가 계속 눈에 밟혀 만두를 둘째로 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민주 씨 : 가을이가 4년 간 외동으로 지내서 만두를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우리 가을이형. 아주 카리스마 넘치고 멋진 냥이지.."

 

가을이는 민주 씨의 걱정과 달리 동생인 만두를 자기 자식처럼 아끼고 예뻐줬다고 한다.

 

너무 예뻐한 나머지 가을이가 민주 씨를 공격한 적도 있었는데,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민주 씨는 설명했다.

 

"형만 있다면 난 두려울 게 없다옹~"

 

[민주 씨 : 만두 꼬리에 박스테이프가 붙는 바람에 제가 쫓아다니면서 떼어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던 가을이가 갑자기 저를 물었어요.]

 

알고 보니 만두를 도와주려는 민주 씨의 행동을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한 가을이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집사를 공격했던 것이다.

 

아프기도 엄청 아팠지만 당시 민주 씨는 부모님께서 가을이를 싫어하실까봐 그게 더 걱정이 됐다고 한다.

 

[민주 씨 :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었는데 조금 지나 생각해보니 가을이가 만두를 정말 많이 아꼈구나 싶더라고요.]

 

"여전히 우리는 사이가 좋다냥!"

 

만두의 든든한 형 노릇을 하고 있는 가을이는 사실 전 주인에게 버림받고 힘든 시간을 보낸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단다.

 

그럼에도 지금껏 밑으로 줄줄이 있는 동생들을 잘 케어해주고 군기반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형님 포스 제대로 뿜뿜하는 가을이.

 

덕분에 길냥이 엄마에게서 태어나 사람들에게 학대받다 구조된 홍일점 '자두',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을 통해 수유임보를 했던 막둥이 '토리'까지 집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단다.

 

학대받은 기억 때문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겁이 많고 소심했던 자두는 시간이 지나 말 많은 수다쟁이가 됐고,

 

양수도 닦이지 않은 채 집에 온 145g 아가 토리는 쑥쑥 자라 8kg의 대왕 고양이가 됐다.

 

(좌) 셋째 자두 / (우) 막냉이 토리

 

[민주 씨 : 가을이가 오기 전까지 고양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던 저인데. 이렇게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새삼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었어요.]

 

7년 째 집사 생활을 하며 네 마리의 고양이들을 보듬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부족한 것 같다는 민주 씨.

 

"각자 다른 곳에서 왔지만 우리는 우애좋은 남매다냥~"

 

냥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민주 씨는 "많이 부족한 저를 묵묵히 기다려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워요"라며 자신에게 있어서 냥이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라고 했다.

 

민주 씨는 "가을이, 만두, 자두, 토리야.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늘 잘 먹고, 잘 싸고, 잘 뛰고 그렇게 지내자"며 "언젠가는 우리가 헤어지는 날도 오겠지만 그때까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줄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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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많이 부족한 나의 가족이 되어줘서 너무 고맙고 많이 사랑해"라며 "다만 내가 바보라서 아파도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아프면 아프다고 꼭 말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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