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수술②, 암컷이라 망설인다면
사랑이는 15살의 암컷 말티즈이다. 사랑이 보호자는 몇 달 전부터 사랑이 엉덩이 주변이 볼록해지는 것을 발견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내원하셨다. 진찰 결과 생식기 안쪽으로 혹이 관찰되었고 유선에도 4군데 정도 작은 덩어리가 만져졌다.
그동안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잘 지냈는데 노견이 되어 뜻밖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보호자은 매우 걱정하셨다. 생식기 안쪽의 혹은 크기가 클 뿐 아니라 요도와 인접해 있어 소변을 보는 것에 불편을 느껴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랑이 보호자를 걱정시킨 혹의 정체는 조직검사 결과 질평활근종(Vaginal Leiomyoma)으로 밝혀졌는데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암컷 개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양성종양이다.
암컷의 중성화 수술은 수컷의 경우보다 큰 수술이고 출산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수컷에 비해 덜 이뤄진다. 하지만 암컷의 중성화 수술은 보다 확실한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1년에 두 번 오는 발정기가 없어지므로 그에 따른 가출욕구, 발정기 출혈, 상상임신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발정 출혈은 약 2주 정도 지속되는데 어느 정도 스스로 처리한다고 해도 집안 여러 곳에 혈흔을 묻히게 되고 기저귀를 입힌다고 해도 불편한 점이 따른다. 또 개의 경우 임신하지 않아도 상상임신기간에 유선 발달, 유즙 분비, 특정물건에 대한 집착현상 등이 나타나며 호르몬의 영향에 따른 식욕의 변화도 나타난다.
수의학적으로는 유선종양, 자궁축농증, 자궁난소종양, 자궁탈, 질탈, 질평활근종 등 다양한 질병예방 효과가 있다. 특히 유선종양의 경우 첫 발정기 이전에 중성화 수술을 할 경우 99%의 예방효과가 있고 두 번 정도의 발정기를 지난 후에는 74% 정도의 예방효과가 있다.
사람과 달리 유선종양은 개에서는 흔한 질환이므로 유선종양 예방효과 만으로도 중성화 수술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궁축농증 역시 7세 이후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신부전, 복막염, 패혈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중성화 수술로 완전히 예방이 가능하다.
중성화 수술의 시기는 유선종양 예방효과를 고려하여 첫 발정기 이전인 6~7개월령에 하는 것이 적당하며 일찍할수록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 단 발정 중이나 직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중성화 수술을 반대하는 보호자들은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되어 인간의 삶으로 들어온 이상 영원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고 독립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반려동물의 질병예방, 행동교정 등 사람과 함께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시각에서 중성화 수술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현재 경기도 분당에 소재한 '행복이 있는 동물병원' 정자점 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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