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필살기, 냥냥펀치

[노트펫]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엄청난 기술을 필살기(必殺技)라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그런 필살기 하나쯤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파워포인트(PPT) 적성 능력이 뛰어나거나, 문서편집 혹은 엑셀 처리 능력이 탁월한 것도 필살기가 될 수 있다.

 

야생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동물들도 생존을 위해 그런 필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필살기로 자신의 먹거리를 해결한다. 늑대는 무리의 결속력이, 치타는 빠른 발이, 곰은 엄청난 힘이 필살기가 될 수 있다.

 

고양이에게도 필살기가 있다. 그런데 그 기술은 고양이만이 가진 전유물은 아니다. 고양이는 물론 자신의 친척들인 고양잇과동물들이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포함한 고양잇과동물들은 자신들의 라이벌인 개과동물들과는 달리 앞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 기술로 손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

 

고양이는 매력적이다. 또한 독특하다. 고양이의 독특함은 냥냥펀치라고 불리는 고양이의 앞발 때리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냥냥펀치를 보는 집사들의 마음은 심쿵해지기 마련이다. 귀엽게만 보이는 냥냥펀치는 성격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 구분은 냥냥펀치에 발톱이 포함되느냐, 그렇지 않느냐하는 것이다.

 

캐나다 스라소니가 눈덧신토끼를 추격하고 있다. 스라소니도 토끼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냥냥펀치를 날린다. 2018년 3월 스미소니언박물관

 

기분 좋은 고양이가 자신의 주인이나 다른 고양이에게 장난칠 때는 발톱을 숨긴다. 이런 냥냥펀치는 백 번을 맞아도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고양이가 상대와 싸우거나 기분이 나빠서 반항할 때는 그렇지 않다. 발톱을 세워서 날리는 냥냥펀치는 작지 않은 고통과 생채기를 남긴다. 집사들의 팔에 생긴 생채기 중 상당수는 그런 결과물들이다.

 

백수의 제왕인 사자나 산의 임금인 산군(山君) 호랑이도 그렇다. 이 거대한 맹수들도 상대와 싸울 때 치명적인 무기인 이빨을 사용하기에 앞서 앞발을 상대를 향해 날린다. 거대한 냥냥펀치에 정통으로 맞으면 심각한 상처가 생기고 비틀거리기 마련이다.

 

고양잇과동물에게 냥냥펀치는 사냥을 할 때도 요긴하다. 발굽동물을 추격하는 치타의 경우, 앞발로 도망가는 동물의 뒷다리를 툭 친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가볍게 치는 냥냥펀치 한 방에 영양들은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치타의 필살기이다.  

 

서발이 도약하는 새(크레스티드 프랭컬린)에게 냥냥펀치를 날린다. 2018년 3월 스미소니언박물관

 

서발, 카라칼 같은 중형 고양잇과동물도 앞발을 잘 쓴다. 이들의 냥냥펀치는 새를 잡을 때 요긴하다. 지상에 있던 새가 날기 위해 도약하면 이들은 강력한 뒷다리의 힘으로 점프한다. 그리고 앞발로 새를 강하게 내려친다. 강력한 냥냥펀치를 맞은 새들은 땅에 떨어지고 이들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새 사냥에 능한 고양이도 이런 방법으로 사냥한다.

 

사람의 눈에는 냥냥펀치는 고양이의 귀여움을 배가시키는 동작이다. 하지만 그 몸짓 하나에도 생존을 위한 고양잇과동물의 거대한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 고양이의 행동 중에는 허투루 된 것이 없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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