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최소 5마리 길거리 활보' 라쿤,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 지정된다

2020.03.30 15:44:34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제도 도입 뒤 첫 지정 전망..'유출시 생태계 악영향 배제못해'
상업적 목적 반입 땐 허가받아야..방출, 방생, 유기 금지

 

지난 1월 인천의 아파트 단지 안을 배회하다 포획된 라쿤.

 

[노트펫] 최근 도심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는 라쿤(Raccoon)이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돼 관리가 강화된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4일 라쿤을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냈다.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은 생물다양성법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10월 신설됐다. '생태계 교란 생물'보다 위해성이 명확하지 않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지정한다.

 

현재까지 지정된 동물은 없으며 라쿤이 예고대로 지정될 경우 첫 생물이 된다. 지정에 따라 야생동물 카페나 실내 동물원 등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라쿤을 반입하려는 경우 지방(유역)환경청에 허가받아야 하고, 연구 등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수입할 경우에는 신고해야 한다.

 

또 방출, 방생, 유기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허가 없이 상업적인 판매 목적으로 수입하거나 무단 방출 혹은 유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라쿤은 북미 지역이 원산으로 미국너구리로도 불린다. 잡식성인 데다 특히 앞발을 마치 사람의 손처럼 사용할 줄 안다. 앞발을 쓰는 능력은 사람들에게 라쿤이 한층 사랑스런 존재로 보이게도 하지만 생태계에서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숲을 벗어나 북미의 도심에 진출한 것은 물론 유럽,구소련, 심지어 일본의 산이나 들, 민가에서도 라쿤은 터를 잡은 상태다. 천적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이미 독일과 일본에서는 농작물 등에 눈에 보이는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최근 몇년새 라쿤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라쿤을 매개로 퍼질 우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올들어 3월까지 유실유기동물 포획팀을 통해서 포획된 라쿤만 5마리에 달한다. 지난 1월 인천 계양구 귤현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목줄을 찬 라쿤 한 마리가 포획됐다.

 

2월 들어서는 경기도 광주의 교외 지역에서 라쿤이 발견됐고, 청주의 아파트 신축현장에서도 배회하던 라쿤이 포획됐다. 지난 25일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라쿤 두 마리가 각각 포획됐다.

 

지난 2월 청주의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포획된 라쿤.

 

개인이 키우거나 혹은 야생동물 카페에서 탈출했을 가능성이 높은 라쿤들이다. 더군다나 도심을 배회하는 라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야생동물 카페나 실내동물원들도 타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박쥐나 천산갑 등 야생동물을 매개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지방에서는 폐업을 예고한 실내동물원도 등장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라쿤은 유기 혹은 탈출시 생태계 교란 위험뿐 아니라 광견병, 라쿤회충 등 인수공통질병 전파의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규제 없이 수입, 번식, 사육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일부 국제적멸종위기종 동물을 제외한 야생동물에 대한 관리 규정이 미비한 가운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환경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도 야생동물과의 접촉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면서 폐업하는 실내동물원이 생겨나고 있다"며 "폐업에 따라 동물들이 방치되거나, 무분별한 분양 등으로 더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거나, 생태계로 반출되어 교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쿤의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 지정 행정예고는 다음달 13일까지 진행된다. 이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상반기 안에 지정 절차가 완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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