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은 보호자에게 진료비를 사전에 안내해야 한다'
2020.04.07 14:29:45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농식품부,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 고지제 입법절차 착수
[노트펫] 정부가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 고지제 도입 절차에 정식으로 착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수의사가 동물 소유자에게 동물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스럽다는 보호자들 의견에 맞춰 동물병원 진료비 경감을 위한 방안 도입을 검토해 왔다.
어느 병원이나 진료비가 같도록 하는 표준수가제는 동물병원별 진료의 질 차이, 지역별 지대의 차이, 반 시장경제적 등의 이유로 사실상 폐기됐고, 대안으로 진료비를 진료 전에 고지하는 사전 고지제가 추진된다.
정부가 마련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우선 중대한 진료에 대해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설명 및 서면 동의를 받는 절차를 의무화한다.
수의사는 수술, 수혈 등 반려동물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진료를 할 경우 진료내용, 진료비 등을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의료법과 동일하게 ① 진단명, ② 수술 필요성 및 방법 ③ 예상 후유증 또는 부작용, ④ 수술 전후 보호자의 준수사항에 대해서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며, 예상 진료비에 대해서는 사전 설명을 의무화한다.
보호자는 수의사로부터 진료비 부담이 큰 중대한 진료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수술 등 중대한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개정안은 간단한 진료부터 표준화된 다빈도 진료까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진료에 대한 비용을 책자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호자에게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료비표를 게시하는 것으로써 보호자들은 동물병원별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한편으로 동물병원들은 인근 동물병원의 진료비에 신경을 쓰게 됨으로써 진료비 조정을 촉발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다만, 진료비 수준이 진료의 질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농식품부는 측면 사격 차원에서 농식품부장관이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분석하여 진료항목별 평균가격, 가격 범위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보호자에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다빈도 진료에 대한 진료항목·진료코드 등의 표준을 마련하여 고시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표준화 항목이 늘면서 진료비 수준도 내려갈 여지가 생기게 된다.
이번 정부안은 수의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회의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정치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물병원비 경감 대책 마련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의계가 의료계와의 형평을 이유로 법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제 법안 통과에 진통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수의계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제도 추진은 진료의 질 저하를 가져올 뿐이라며 진료항목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동물병원협회(KAHA)는 7일 이와 관련 입장문을 내고 "수차례에 걸친 '진료항목의 표준화 작업이 우선'이라는 합리적인고 이성적인 수의계의 요청을 묵살한 채 막가파식으로 밀어 부치는 농식품부의 행태를 강력 규탄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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