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라소니 혹은 표범, 개호자는 누구일까?

[노트펫] 삵(leopard cat)은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야생 고양잇과동물이다. 지난 수만 년 동안 한반도에는 호랑이, 표범 같은 대형 포식자(big cat)들은 물론 스라소니(Eurasian lynx) 같은 중간급 포식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남은 고양잇과동물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삵뿐이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이다.

 

삵을 포함한 모든 포식자들은 먹잇감을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서는 입맛이 까다로우면 안 된다. 까다로운 입맛은 멸종으로 가는 열차를 것과 같은 일이다. 삵은 작은 포식자다. 그래서 먹잇감의 크기도 당연히 작다. 소형 조류나 쥐, 다람쥐 같은 설치류 등이 주된 먹잇감이다. 그 외에도 작은 뱀, 개구리 같은 동물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삵을 흔히 살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 다 표준말이다. 그래서 모두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그런데 삵과 전혀 다른 동물인 스라소니를 삵과 같은 동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두 동물은 같은 고양잇과동물이지만 생김새도 다르고 체구도 차이가 많다.

 

삵은 집고양이보다 조금 더 큰 포식자다. 성체 기준으로 5~7kg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스라소니는 삵과 체급 차이가 상당히 크다. 수컷 성체는 30kg, 암컷은 25kg에 이른다. 그래서 스라소니는 사냥감의 크기도 크다. 대표적인 발굽동물인 사슴 사냥도 잘 한다.

 

유라시아 스라소니, 2017년 7월 시카고 링컨동물원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았던 스라소니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2017년 7월 시카고 링컨동물에서 만난 스라소니는 보는 이를 놀라게 할 정도로 거구였다. 스라소니를 직접 보기 전까지 그 체구를 과소평가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라소니를 실물로 본 이후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성체 스라소니의 체구는 한국의 대표 중형견인 진돗개보다 더 커보였다. 그리고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도 주변을 압도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개호자'라는 옛말이 있다. 개호자는 과거 산골에 살던 조상들이 사용하던 말로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호랑이보다는 작고 개보다는 큰 고양잇과동물이라는 뜻도 있고, 개를 잡아먹는 호랑이라는 뜻도 있다. 심지어 못생긴 호랑이 새끼라는 의미도 있다. 아니면 이 셋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다.

 

스라소니를 보기 전까지 개호자가 스라소니일 가능성에 대해 신뢰도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 이후 개호자가 스라소니일 것 같다는 것 강한 추측이 생겨났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개호자의 정체를 놓고 스라소니와 다투는 동물이 있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표범이다. 표범도 개호자가 갖출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표범은 호랑이보다 작고 개보다 큰 고양잇과동물이고, 먹잇감이 부족하면 개를 즐겨 사냥한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범, 201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

 

표범은 대부분의 아시아지역에서 멸종되었지만 인도에서는 여전히 그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표범들도 서식지가 많이 파괴되어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인도 표범들은 고육지책으로 구하기 힘든 야생동물 대신 떠돌이개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 점을 보면 과거 우리 조상들이 표범을 개호자로 여겼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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