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함께 먹는 애들도 있는데'..견묘지간은 틀린 말
[노트펫]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를 비유할 때 등장하는 동물들이 있다. 만나면 싸운다는 개와 고양이가 그런 동물이다. 그래서 이 두 동물의 관계를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자성어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가슴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개는 많이 키워봐서 그 성격을 익히 알고 있지만 원숭이는 키워본 적이 없으니 그 두 동물이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상상속의 일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책에서 읽은 데로 그냥 만나면 싸운다고 이해하는 정도다.
견원지간의 라이벌도 있다. 개와 고양이 사이인 견묘지간(犬猫之間)이다. 개도 키워보았고, 고양이도 키워보았으며, 두 동물을 같이 키워본 적도 있으니 견묘지간은 이해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견묘지간은 맞지 않다. 두 동물이 만난다고 해서 매번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이가 안 좋은 개와 고양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적어도 개인적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그렇다.
동물이 서로를 좋아하거나 신뢰할 때 나타나는 행동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필자가 키웠던 개나 고양이들은 종종 그랬다. 서로의 밥그릇에 접근하는 상대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가하지 않았다. 개는 고양이에게 으르렁거리지 않았고 고양이도 냥냥펀치를 날리지도 않았다.
마당에서 키웠던 진돗개는 유독 체구가 작았던 고등어태비 고양이를 마치 자신의 새끼처럼 보호했다. 방에서 고양이가 바람을 쐬기 위해서 마당에 나오면 친한 친구가 방문한 것 같이 좋아했다.
진돗개는 꼬리를 치며 환영했고 같이 놀기도 했다. 간혹 다른 집고양이나 길고양이들이 담벼락을 넘어 작은 고양이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진돗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무례한 침입자를 소탕했다.
겁보 고양이는 마치 진돗개를 자신의 보디 가드로 여긴 것 같았다. 고양이는 자신을 노린 침입자가 등장하면 다급하게 진돗개의 집으로 도망가기도 했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나오지도 않았다.
완벽한 번견(番犬)인 진돗개는 마당에 침입한 그 어떤 존재는 용서하지 않았다. 낯선 외부 고양이들은 진돗개를 당해내지 못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진돗개와 연약한 응석받이 고양이는 마당에서 서로를 친구삼아 장난도 잘 쳤다. 그런 광경을 즐기기 위해 주말만 되면 고양이를 마당에 풀어 놓기도 했다. 누가 그런 두 동물의 사이를 두고 견묘지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스피츠와 치즈태비 고양이를 같이 키운 적도 있었다. 그 당시 고양이는 표범같이 은밀하고 용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다른 고양이들이 감히 마당에 침입할 생각도 못했다. 동네 고양이계에서도 성격 있는 큰 언니로 통했다.
순둥이 스피츠는 그 고양이에게 기세가 눌린 상태였다. 자기 집 앞에서 밥을 먹다가도 고양이가 등장하면 알아서 물러나곤 했다. 고양이는 냄새를 한 번 맡아보곤 그냥 지나가는 게 관례였다.
두 마리를 같이 키우면서 한 번도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누가 대장인지는 알 수 있었다. 자기들끼리 서열을 정하고 그 서열에 맞게 행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개인적 경험으로 정리하면 견묘지간은 적대적인 관계를 의미하지 않았다. 대신 존중과 배려의 정신이 바탕이 된 관계였다. 그리고 합리적으로 구축된 무리의 서열을 존중하는 신뢰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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