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사람들에게 가르친 그들의 언어

[노트펫] 개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무리 구성원들과 끝없이 교류하며 생활하는 것이 개의 본능에 맞는 생활이다. 그러므로 개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늑대나 사자 같은 포식자들은 사냥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경쟁자들의 도전을 물리치며, 번식을 하기 위해 무리를 이루고 산다. 그래서 이들 무리에는 종(species, 種)이 같은 동종(同種)의 동물만 있다. 사자의 무리에 표범이 없듯이, 늑대의 무리에 여우가 따라 다니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람과 지난 수만 년 동안 생활한 개는 야생의 포식자들과는 다른 생각을 한다. 개가 생각하는 무리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種)과의 결합체다. 현대인들은 개를 다른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들을 인생의 친구 혹은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스스럼없이 가족의 일원이라고도 본다.

 

사람들이 아무리 개를 가족처럼 대우한다고 해도, 개는 생물학적으로는 개과-개속-개종에 속한 동물로 인간과는 엄연히 다른 동물이다. 그렇지만 개는 그런 생물학적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는 사람과 함께 무리를 이루면서 행복과 활력을 느낀다. 무리에서 개라는 동물이 자기 자신 밖에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막내 역할도 괜찮다. 중요한 문제는 무리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받는 삶이다.

 

뉴욕의 한 공원에서 만난 도그 워커(dog-walker). 2018년 4월 뉴욕에서 촬영

 

사람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동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한다. 연못 속의 개구리가 우는 것은 짝을 찾기 위한 세레나데(serenade)이며, 젖먹이 아이가 우는 소리는 배가 고프다는 뜻이다. 그런 의사소통은 누가 가르쳐줘서 아는 것이 아니다. 같은 종에 속한 동물이라면 본능적으로 이해가 되는 언어다. 나면서부터 인식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개와 사람은 오랜 기간 동안 살면서 서로의 언어를 보다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분명히 다른 종의 동물이지만 서로의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개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주인이 귀가하면 귀를 뒤로 젖히고 몸통이 흔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꼬리를 흔든다.

 

늑대 무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로 흩어져있던 구성원들이 다시 하나가 될 때의 경우다. 개는 자신의 선조이며 친척인 늑대가 사용하는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사람에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은 그것을 그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개가 꾸준히 사람들에게 이를 학습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눈빛 교환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는 고양이, 2012년 8월 촬영

 

이와 비슷한 현상은 고양잇과동물인 고양이와 사람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고양이는 주인이 귀가하면 반가움의 표시로 자신의 몸을 주인의 다리에 슬쩍 문지른다.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고양이들이 그런 행동을 주인에게 한다.

 

주인은 고양이의 작은 몸짓이 가진 의미를 알고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자 무리에서도 일어나고, 길고양이의 만남에서도 발생한다. 이는 고양이가 사람들과의 사회에 속하기 전에 이미 그런 야생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나 고양이는 사람들과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살면서 자신들의 언어를 버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들의 노력은 성공하였고, 사람들은 반려동물들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교육의 힘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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