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콜리 훈련시키는 곳이라더니..' 나치 수용소 같은 개 훈련소

2020.07.23 10:11:25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자칭 '보더콜리 전문 훈련소'의 처참한 모습이 공개됐다.

 

낡은 철장 안에 무기력하게 있는 깡마른 보더콜리들. 텅 빈 채 바싹 말라 있는 밥그릇. 빗물로 목을 축이는 임신한 웰시코기. 그리고 근처 수풀 속에 수북히 쌓인 개 뼈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지난 22일 경기도 의정부 동물보호감시원,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관(경기 특사경은 우리나라 지자체 최초로 동물경찰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과 함께 공사와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의정부 시 재개발지역에 있는 한 훈련소를 급습했다.

 

이 훈련소에서 '개들을 방치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으며, 여기에 불법 번식과 불법 판매, 불법 위탁을 자행해왔다'는 제보를 받고서다.

 

제보 내용에는 이 훈련소가 재개발 보상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 개들의 수를 늘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마치 유실수나 원두막, 조립식 주택을 설치하는 것처럼 알박기도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훈련소 주변에서는 이미 공사와 철거가 한창이었다.

 

 

작은 장에 갇힌 채 사람의 손길을 갈구하는 품종견과 백구 믹스견들이 가득했다. 얼마를 굶었는지 밥그릇은 텅 비어 말라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개들이 대다수였다. 일어서지 못하는 개. 일어날 힘이 없어 누워 꼬리만 치는 게 고작인 개들도 있었다.

 

훈련소 옆 무성하게 자란 수풀 사이에서 수십 개의 개 뼈가 발견됐다. 다른 곳과 달리 땅이 누래서 살펴본 결과였다. 카라의 활동가들이 찾아낸 것만 일곱 구에 달했다.

 

 

인근 재개발 현장의 공사장 인부들은 '이 근방에서 문제의 훈련사가 죽은 개를 수풀에 던진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카라의 활동가에 귀뜸했다.

 

현장에 있던 개들은 총 28마리였다. 카라 측은 함께 간 동물보호감시원과 특사경에 피학대동물 긴급격리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주인에게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 주인은 모든 개체들에 대한 소유권 포기는 거부하면서 '긴급한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8마리 개들은 포기키로 했다.

 

 

뒷다리를 쓰지 못하고 쓰러져 있던 보더콜리 1마리와 상태가 좋지 않은 보더콜리 5마리 등 보더콜리 총 6마리, 만삭의 몸으로 빗물로 몸을 축이고 있던 웰시코기 1마리, 상태가 좋지 않은 포메라니언 1마리 등을 카라가 넘겨 받았다.

 

카라는 "특사경의 호출에 훈련사가 현장으로 와 상황에 대한 소명을 했지만, 개들의 열악한 상태와 발견된 백골사체 등 증거는 명백했으며 훈련사는 허가 받지 않은 불번 번식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카라는 "훈련사는 담당 공무원들과 카라에게 새 훈련소를 준비중이며 현장에 있던 개들을 깨끗하고 쾌적한 시설로 옮겨 관리하고 번식은 절대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개들의 상태와 신변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추가적으로 더욱 많은 생명을 구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조된 개들은 카라가 마련한 위탁처에서 안전하게 계류하면서 병원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카라는 "어렵게 삶의 기회를 가진 이들을 치료하고 남은 아이들도 모두 구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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