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 직접 주사놓으라고?' 불법 조장 논란 기획재정부 SNS

2020.07.24 13:27:47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기획재정부 페이스북 

 

[노트펫] 정부 핵심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SNS에 게시한 글이 난데없이 법으로 금지된 반려동물 자가진료를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격앙된 반응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공식 블로그인 '기획재정부 경제e야기'와 페이스북에 '반려동물 인구 천오백만 시대 – 반려동물 돌봄 시 알아두면 좋은 정보!'라는 제목의 6장 짜리 카드뉴스가 게재됐다.

 

반려가족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지자체의 광견병 예방접종 지원, 그리고 동물병원나 반려용품, 서비스 구매 시 혜택을 주는 반려동물 신용카드 사용 권고 등 평범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나라 살림을 관리하는 기재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볍게 만든 성격이 강했다.

 

 

 

네번째 카드가 문제가 됐다. '자가접종 활용하기'라는 제목이 붙은 카드는 동물에 대한 무자격자의 수술 및 진료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지만 연고 등을 바르거나 동물의 건강이 양호한 상태에서 예방 목적의 동물약품 투약 행위는 가능합니다. 따라서 예방 목적이라면 동물약국에서 의약품을 직접 구매해 접종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 2016년 말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금지됐다. 이전에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는 허용했으나 주사와 수술 등 번식장 업자의 자가진료를 통한 학대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농식품부는 수의사법 시행령 시행에 앞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통상적 수준의 처치는 허용한다고 하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4가지로 '동물의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질병이 없는 상황에서 수의사 처방대상이 아닌 예방목적의 동물약품을 투약하는 행위. 다만, 동물이 건강하지 않거나 질병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예방목적이 아닌 동물약품을 투약하는 경우는 사회상규에 위배'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재부의 네번째 카드는 이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지만 '투약'만 있을 뿐 '주사'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이를 예방접종 주사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해석해 놓은 것이다.

 

수의계는 이같은 내용이 대표적인 진료행위인 침습행위(주사행위)를 일반인도 하라고 하는 것으로 불법을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했다. 수의전문매체인 데일리벳은 이를 지적하면서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자신의 동물에게 주사행위를 했다가 적발되어 처벌받은 사례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수의사회가 기재부 측에 정식으로 항의하면서 현재 이 네번째 카드는 삭제된 상태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기재부의 안이한 인식을 또다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동물 보호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진료체계 개선' 공약에 맞춰 동물병원 진료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동물진료 표준화 연구용역을 추진키로 하고 2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려 했지만 기재부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당했다. 

 

그런가 하면 2011년부터 부과되고 있는 동물병원 진료비 부가가치세를 진료비 경감을 통한 복지 확대 차원에서 사람 병원처럼 폐지해달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여기에는 반려동물은 가족이 아닌 사치재라는 인식이 기재부 안에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이번 카드뉴스 사례는 중앙부처에서 법 해석조차 못하고 결론적으로 가짜뉴스를 갖고 불법을 부추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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