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속 고이 모셔둔 30만원

강아지 분양을 하다 보면 빼놓을 수 없는 일이 교환 혹은 환불 요구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강아지 교환과 환불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다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이업계 사람들도 알만큼 안다. 솔직히 악덕 분양업자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내 사전에 교환 혹은 환불은 없다'는 식으로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철옹성을 가볍게 뛰어 넘는 고객 분들도 있는게 현실이다. 내 가게 금고 속에는 가끔 30여만원 가량이 고여 모셔지는(?) 경우가 있다. 분양 대금으로 받고 모셔둔(?) 돈이다.

 

 

분양을 하다보니 '아, 키우는데 문제가 있겠구나. 이거 안 키우겠다고 할 가능성이 80%다' 이런 느낌이 오는 분들이 있다.  대놓고 '사장님 혹은 사모님은 환불해 달라고 할 것같으니 못 줍니다'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 변심은 안된다고 당부하고 분양하지만 꼭 몇몇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내 나름 각오하고 이런 처방을 쓰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불은 분양 뒤 한 달이 지난 뒤 포메라니안의 몸값을 물어준 일이다.

 

분양 보증 기간은 2주다. 이 기간 동안 보호자들은 새로 들인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급적 예방접종 등 수의적 처치도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강아지들은 각종 병에서 잠복기를 갖고 있는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지면서 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포메라니안을 분양해 간 분이 한 달이 지나 가게에 와서는 "어떻게 이런 강아지를 분양할 수 있느냐. 다시는 강아지 안 키운다"고 울분을 토하셨다. 목소리도 장난 아니었다.

 

우리 가게에 온 시점에서 그 강아지는 장염에 홍역까지 와서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죽기 전 병원도 이곳저곳 다녔다는데 가는 곳마다 각종 검사를 받느라 100만원 넘게 썼다고 했다. 어쨌든 물어 내라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분양 후 한 달 밖에 안됐으니 분한 마음은 이해가 갔지만 잠복기를 따지더라도 이미 보증기간은 지나서였다. 또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오히려 병이 더 커진게 하는 생각도 여전히 갖고 있다.

 

동네 장사이고해서 그냥 돌려 드렸다. 다른 데서 분양받아도 좋으니 나중에 이쁜 강아지 한 마리 키우시라는 말과 함께.

 

'데리고 갔는데 강아지가 낑낑대서 못 키우겠다' '강아지가 왜 똥오줌을 못 가리느냐' '2, 3일 데리고 있어 봤는데 계속 울어대고 해서 나랑은 도저히 안 맞는다' 등등의 이유로 환불을 해갔다. 단순한 변심은 안되지만 죽어도 못 키우겠다는 데야 나야 별도리가 없다.

 

늘상 갖는 생각이지만 강아지 분양을 생각한다면 머리가 쥐가 나도록 '내가 키울 수 있는지' '키워도 되는지' '끝까지 함께 있을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친구따라 강남 가듯 하면 안되는게 개 키우기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