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지 마세요' 동대문 금연반장냥이
2015.09.15 13:57:39 김서연 기자 mainlysy@inbnet.co.kr"동대문인가? 거기에 금연반장 고양이도 있는데?"
1호선 고양이 역장 다행이를 만난 지난 7월. 이후 동대문에 금연반장 고양이가 있다는 또 다른 제보(?)를 받았다.
금연반장이라니? 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
날씨가 흐렸던 지난 11일 금연반장 나비를 만나기 위해 동대문역을 찾았다. 들뜬 마음에 역을 나서자마자 나비의 숙소인 동대문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하지만 점심을 거하게 먹은 나비는 이미 순찰에 나서고 자취를 감춘 상태.
일단 관리사무소에 계시면서 나비도 보호해주시는 직원 분들에게 나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 나비는 구청에 있었지. 길고양이로 중성화 수술 받고 귀를 좀 잘랐어요. 그런데 구청에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다고 해서 우리가 데리고 왔지요"
지난해 7월, 그렇게 동대문 관리사무소로 오게 된 유기묘는 '나비'라는 이름을 얻고 '금연반장'이라는 엄중한(?) 직책을 얻었다.
"그냥 데리고 있기 심심하잖아. 그래서 우리가 금연반장 이라고 써서 달아줬어. 이 주변이 금연구역인데도 사람들이 오죽 담배를 펴야지"
금연반장이라는 무게 때문일까? 나비는 담배를 피는 사람만 보면 가서 툭툭 친단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붙임성도 좋아서 이 사람 저 사람 졸졸 쫓아다녀 이 주변 상인들과 지역사람들에게는 유명 묘다.
퇴근이 끝난 후 나비를 보기 위해 일부러 동대문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 지역 학생들은 퇴교 후 사료나 캔을 하나 둘씩 놓고 가기도.
"여기 온지 1년이 넘었지..적응을 아주 잘해. 비둘기도 잡고, 쥐도 잡고..나름대로 순찰을 하는 모양이야 (웃음) 조금 있으면 배고플 시간이니 아마 저 앞으로 나타 날거야. 좀 더 기다려 봐요"
아저씨의 말대로 5시 쯤 되자 배고픈 나비가 동대문 앞으로 어슬렁 나타나기 시작했다. 밥먹는 시간은 귀신같이 찾아서 온단다.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으니 동대문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좀 취했으려나.
자세히 본 나비는 암컷에 삼색고양이였다. 노랑·검정·하얀색 세 가지의 색으로 된 줄무늬가 예쁘게 섞였다.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표식으로 귀는 단이 된 상태였다. 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은 유기묘가 또 다시 수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나비는 배가 고픈지 귀가하자마자 사료를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나비의 꿀맛 같은 식사를 방해할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조용히 나왔다.
"저렇게 때 되면 알아서 잘 찾아온다니깐. 이제 좀 있으면 누워야지. 그래야 내일 또 반장 노릇을 하지. 고놈 아주 붙임성이 좋아"
나비의 하루 업무는 이렇게 종료가 됐다.
▼ 나비의 하루 일과! 먹고 눕고 산책하고 먹고 눕고 자야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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