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력 짙은 고양이의 울음소리
정자 아래 이 길고양이는 필자가 사는 아파트의 단골손님이다. 2019년 9월 촬영.
[노트펫]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일상생활을 많이 바꿔 놓았다. 그동안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던 1박2일의 여행을 위험천만한 행사로 만들었고, 커피숍에서 차 한 잔 즐기는 것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추석 연휴의 모습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완전히 달라졌다.
불과 1년 전 만해도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나면 근처 공원에 가서 나들이를 하거나 동네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한두 잔 즐기는 것은 당연지사였지만 이제는 가까운 친척들을 만나는 것 자체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는 친척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방에서 가족들과 일체의 나들이 없이 명절 휴가를 즐겼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특이한 휴가였다. 연휴는 5일이나 되어 제법 길었다. 그래서 시간은 남고 할 것은 딱히 없는 상황이 되었다. TV 리모컨을 손에 들고 이곳저곳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필자 뿐 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 같다.
리모컨 서핑을 하면서 든 생각은 “지금 대한민국은 트로트 열풍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었다. 공중파나 종편뿐만 많은 케이블 채널에서도 트로트 방송을 되풀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로트는 다른 장르의 음악과는 다르다. 다른 음악과는 달리 귀를 통해 사람에게 감흥을 주지 않는다. 귀는 그저 거쳐 가는 감각기관일 뿐이다. 귀를 통해 지각(知覺)된 트로트의 음률은 가슴을 거치면서 감동을 주게 된다. 그래서 트로트를 호소력(呼訴力) 짙은 음악이라고 한다. 혹자는 트로트를 마음속을 후벼 파는 음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동물의 세상에도 트로트처럼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가진 동물이 있다. 호소력의 사전적인 의미는 “강한 인상을 주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이다. 일단 그 동물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누구나 그 목소리가 주는 의미 때문에 행동에 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강력한 힘을 가진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십여 년 전 부모님은 단독주택에 살고 계셨다. 부모님은 어느 날 외출을 하기 위해 대문을 열다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어머니는 자칫 그 고양이를 밟을 뻔했다. 집문 앞에 앉아있던 고양이는 부모님을 보고도 피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면서 특유의 가련한 목소리로 몇 차례 “야옹”거리면서 울었다. 누가 보더라도 “배고프니 밥 주세요.”하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 마치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밥을 보채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부모님은 동물을 무척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당장 두 분에게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했다. 주방에서 고양이에게 참치 캔 하나를 따서 고양이에게 건네주었다. 게눈 감추듯이 참치를 먹어치운 고양이는 입맛을 다시고 유유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일주일 내내 고양이는 아침만 되면 부모님을 찾아서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부모님을 찾았다.
그런데 당시 부모님은 아파트 입주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세로 입주하기 때문에 그 길고양이를 데리고 이사를 갈 수는 없었다. 집주인 중에는 반려동물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은 지금도 당시 얘기를 하며 “길고양이가 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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