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체구의 개와 작은 체구의 고양이
[노트펫] 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류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반려동물이다. 솔직히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개와 고양이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두 동물과 인류와의 동행은 수 천 년도 넘은 일이다.
현대인의 수백 대 이전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키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류와 이 두 동물의 동거는 다른 목적이 아닌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고대 인류에게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는 예민한 후각, 지칠 줄 모르는 스태미나(stamina)를 가지고 있다. 후각으로 먹잇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체력으로 사냥하는 것이 개의 사냥법이다. 그런데 이들이 사람들의 사냥 파트너가 된 것이다. 인간 사냥꾼 입장에서 개의 합류는 천군만마를 얻은 일과 마찬가지다.
그 어떤 조직이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가 있어야 한다. 오래 전 신석기시대 인류는 자연계의 대표적인 사냥 인재인 개를 자연에서 과감하게 영입한다. 그러면서 사냥의 틀과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버린다. 개라는 동물을 인류의 무리에 포함시킨 것은 현대 경영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적 이노베이션이면서 사회적 이노베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개는 배타적인 영역을 보유하며 집단생활을 한다. 이는 개가 늑대의 후손이며, 가까운 친척이기 때문이다. 개에게는 지금도 그런 본능이 있다. 주인 가족들은 자신이 속한 무리 구성원들이다. 그래서 누가 주인을 건드리면 참지 않는다. 소중한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게 개다.
인간의 가축이 친구 혹은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친구들이라는 인식만 확실히 심어주면, 개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 인류는 개와는 혈연관계가 없는 양이나 소를 지키기 위해 개가 가진 공격 본능을 역(逆)이용한다. 인류의 위대함이 증명된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개는 양, 소 같은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한다. 자신보다 힘에 세고 무서운 늑대나 표범 같은 포식자의 공격에도 양치기 개들은 당당히 맞선다. 가축은 자신의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에게 교육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개가 수천 년 전부터 수행하던 중요한 일들은 상당한 덩치를 개에게 요구했다. 맹수와 싸워서 가축을 지키려면 적어도 맹수와 비슷한 체구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치기견들을 보면 최소한 중형견 이상이다.
그 중에서도 올드 잉글리시 쉽독(Old English Sheepdog)이나 터키의 캉갈(kangal) 같은 경우는 대형견으로 분류될 정도로 크다. 이러한 현상들 때문에 인류는 오래 전부터 늑대보다 더 큰 개에 대해서도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개와 비교해서 고양이에게 요구되던 일은 단순했다. 그 일은 수백 그램 혹은 그 이하의 설치류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설치류는 매우 골치 아픈 존재로 그런 해수(害獸)를 없애는 것은 사냥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었다.
설치류를 잡으려면 고양이의 체구가 커지면 불리하다. 좁은 곳에 잘 들어가고 숨는 설치류의 특성을 고려하면 대형화는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니 고양이는 사냥개나 목양견처럼 덩치가 클 필요가 없다. 더구나 고양이의 조상은 체구가 작은 북아프리카의 야생 고양이였다. 그래서 지난 수천 년 동안 고양이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대형화 개량 작업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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