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로라'의 3박4일 펫호텔 체험기

집 이외의 밖이라면 질색하는 냥이 로라가 무려 3일 밤이나 외박을 해야 했다. 단 하루를 맡겨본 적은 있어도 3일씩이나 맡겨야 해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케이지를 꺼내자 마자 잽싸게 숨어버리는 로라는 '산책이고 뭐고 바깥세상은 내게 무조건 공포!'라고 외치는 듯하다.

 

이번에 지낸 곳은 미용도 하러 간 적 있는 '아오야마컨넬'이란 펫숍이다. 아오야마컨넬은 일본 최초의 애견숍으로 1956년 문을 열었다. 트리밍을 하는 1층을 지나 6층에 펫호텔이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 보기 좋은 환경이라 다행이었다.

 

ⓒ김민정 3박4일간 펫호텔에 묵은 로라. 이상한 곳(?)에 맡겼다고 잔뜩 화가 나 있는 표정이다. 

 

맡기기 며칠 전 미리 예약이 필요했다. 여러 예방접종을 마쳤다는 증명서 지참은 기본이다. 처음 이곳 호텔을 찾았다면 첫날은 50% 할인도 해준다. 케이지의 크기에 따라 1일 숙박요금이 1만엔에서 1만5000엔 정도 차이가 있다.

 

7박8일 이상 장기 숙박엔 1일분이 무료라고 한다. 체크인이 오후 6시 이후면 당일 호텔요금이 반액이 되며 체크아웃이 오전이 되어도 당일 요금은 반액이 된다.

 

직접 방문이 어려울 때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면 자그마한 자동차가 펫을 모시러(?) 오는데 일본동물복지협회가 인정하는 동물긴급구명 자격을 가진 스텝이 운전하는 차라고 한다. 역시 무료 서비스는 아니고 왕복 별도요금이 1000엔 정도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이곳 펫호텔은 방 2개에 각각 여러 크기의 케이지들이 몇 개 씩 놓여있는 형태다.

 

로라가 머물 방엔 멋지게 생긴 러시안 블루 한마리가 먼저 투숙 중이었다. 깜짝 놀라며 서로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혹시 싸움이 일어날 수 있으니 케이지는 항상 열어두진 않고 직원의 감시 하에 켓타워 등의 이용시 열어준다고 한다. 로라와 러시안 블루냥이는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 다행히 아무 다툼은 없었다니 다행이었다.

 

만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후 펫호텔로부터의 첫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숙박 중의 상태를 보고합니다. 사료는 역시 거의 먹지 않았네요. 소변은 2번, 변은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1번. 전체적인 상태는 아주 침착하고 조용하며 밤엔 방 안을 어슬렁거리며 높은 곳에 오르거나 했습니다'

 

ⓒ김민정 펫호텔에서는 로라가 하루 변을 몇번 누웠는지 사료는 먹었는지 등 상태 점검표를 만들어 준다. 

 

'집순이 로라'가 스트레스로 식욕을 잃고 있나보다. 첨부돼 온 사진의 표정에 로라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런데 어딘가 낯익은 표정, 바로 몇 년 전 일본으로 오기 위해 비행기 태우던 날의 그 심란한 표정이다.

 

이틀째는 방 안을 꽤 어슬렁대며 여기저기 탐색도 하더니 역시 좋아하는 '바깥세상 바라보기'를 좀 오래했다고 한다.

 

드디어 로라를 데리러 가는 날, 오전 일찍 체크아웃을 하러 도착하니 무척 기다렸다는 듯 냐옹냐옹 큰소리로 난리다.

 

원하는 경우엔 매일의 식사량과 행동 등을 자세히 기록해 둔 '숙박수첩'을 준다. '로라가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네요...'라고 시작한 첫 날의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이정도면 꽤 꼼꼼한 펫호텔인데도 로라에겐 그래도 집이 최고다.

 

할 말이 아주 많았던 건지 집에 와서도 며칠은 유난히 졸졸 쫓아 다니며 냐옹거리는 것이다. 화장실까지 쫓아오는 것을 보니 호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로라의 냐옹냐옹에 담긴 메시지를 한 번 해석해 보았다. '왜 나를 외박시킨거야? 이제 다신 날 호텔에 맡기지 마, 변비에 걸릴 뻔도 하고 무뚝뚝한 러시안 블루와는 말도 하기싫었다구. 이제 당분간은 날 두고 어디 가면 절대 안돼!'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