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개척시대도 아니고

서부개척시대인 19세기 당시 사용되던 우편배달용 마차(mail coach). 민간인들도 이 마차와 유사한 마차를 타고 원행에 나서기도 했다. 2017년 9월 미국 미주리주 제퍼슨시티에서 촬영

 

[노트펫] 미국은 유럽인들의 대서양 연안으로의 이주로 태동한 국가다. 대서양에서 시작된 미국의 역사는 19세기 중반 이후 태평양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였다. 서부의 목초지, 금광 등 거대한 자원을 향한 이동이었다. 그래서 19세기 중반 이후 약 50년의 역사를 미국에서는 서부개척시대 (American fronti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시 미국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말이었다. 자동차의 보급과 철도가 대중화가 요원하던 당시 말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도 사람들은 말을 타고 다녔다. 그래서 그 시절 대부분의 상점 앞에는 용무를 보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 타던 말을 묶어 놓는 곳이 있었다. 지금의 주차장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미국의 상점에는 말을 묶어 놓는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미국인들이 말을 그런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의 역할은 교통수단이 아닌 레저수단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과 유사한 것을 국내에서 본 적이 있다. 지난 주말 과자를 사기 위해 동네 마트를 다녀왔다. 그런데 입구 근처에서 낑낑거리는 작은 개의 처량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플라스틱 바구니를 쌓아두기 위해 만든 철제 봉에 포메라니언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근처에 있는 종업원에게 사연을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듣는 이를 아연질색하게 했다. 마트에 온 어느 손님이 그렇게 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마트까지 자신의 개를 데리고 왔다가 사람은 물건 구입을 위해 매장으로 들어가고, 개는 그렇게 묶인 것이다.

 

미국의 음식점에서는 개의 출입을 금지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돕는 서비스 도그의 경우 예외적으로 출입이 허용된다. 2018년 3월 미국에서 촬영

 

식품을 파는 마트나 식당에서는 개를 데리고 입장을 하지 못한다. 이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다. 그래서 그런 쇼핑을 할 경우,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를 집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는 것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종업원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개는 종업원과 대화를 하는 사이에도 벌벌 떨면서 계속 낑낑거렸다. 포메라니언의 털은 이중모 구조다. 그래서 어지간한 추위에 잘 떨지 않는다.

 

필자가 수십 년 전에 키웠던 포메라니언도 그랬다. 그날 낮에는 바람도 불지 않았고, 기온은 섭씨 13도였다. 털이 무성한 포메라니언이 떨 정도의 날씨는 전혀 아니었다. 개의 그런 행동은 추위가 아닌 공포심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는 주인과 분리되어 홀로 낯선 곳에 있게 되면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그러므로 개를 데리고 입장하기 어려운 곳에 갈 경우에는 개를 데리고 외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주인이 개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도 이런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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