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앞다리와 뒷다리

[노트펫] 대부분의 포유류와 도마뱀, 악어 등 일부 파충류들은 네 다리를 이용하여 사족보행(四足步行, quadrupedalism)을 하며 이동한다. 하지만 포유류에 속하는 인류는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 예외적인 존재다. 인류는 두 다리를 사용하는 이족보행(二足步行, bipedalism)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족보행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먼 조상들이 나무에서 내려오기 전에는 사족보행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는 사족보행이 아닌 이족보행을 하며 생활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동물로 치면 앞다리에 해당되는 인간의 손은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손이 이동수단의 역할에만 사용되었다면 인류의 위대한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 모든 문명의 시작은 인류는 손과 깊은 관계가 있다.

 

독일 셰퍼드(German Shepherd)와 보더 콜리(Border Collie)는 수많은 견종(犬種) 중에서도 가장 영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가 더 영리한 지 우열을 가리는 것은 칼로 물을 베는 것과 같은 일이다. 공동 1위로 인정하는 게 시간낭비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양떼를 치고 있는 보더 콜리. 2013년 4월 서울대공원에서 촬영

 

보더 콜리는 중형견, 셰퍼드는 대형견이다. 그래서 만약 독일 셰퍼드에게 인간처럼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손이 있다면 지구를 벌써 정복했을 것이라는 농담까지 전해지고 있다. 아마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와 고양이도 다른 포유동물처럼 사족보행을 한다. 하지만 두 동물의 앞다리와 뒷다리는 같은 듯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두 동물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사족(四足)을 이동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기능의 차이다. 개는 앞다리를 이동 수단에 충실하게 사용하는 반면, 고양이는 앞다리를 이동수단은 물론 자신의 호신 무기로도 사용한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놀라운 유연성은 개가 범접하기 어렵다. 고양이의 앞발은 상대를 칼로 베는 시합인 펜싱의 사브르(sabre)의 칼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참고로 펜싱의 다른 종목인 에페(épée)와 플뢰레(fleuret)는 칼끝으로 찌르기만 허용되는 종목이다.

 

가게 앞에서 이동하고 있는 고양이. 2019년 부산에서 촬영

 

고양이가 앞발을 세우면 공격 대상은 가급적 멀리 피하는 게 좋다. 일명 '냥냥펀치'로 알려진 앞발 공격은 당해보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날카로운 발톱을 곧추 세우고 상대를 할퀴는 고난이도 기술인 냥냥펀치는 몸의 유연성이 받쳐주지 않는 개들이 따라 하기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자신과 크기가 비슷하거나 좀 더 큰 개와의 싸움에서 우세한 이유는 그 앞발 공격 때문이다. 개는 본능적으로 고양이의 앞발에 난 발톱의 날카로움과 무서움을 안다. 그래서 냥냥펀치 유효 사거리 안에 가급적 들어가지 않는다. 매사 조심하는 게 생존에 유리한 일이다.

 

고양이의 뒷다리는 앞다리와 역할에서 차이가 있다. 뒷다리는 보다 이동에 충실하다. 특히 고양이가 높은 곳으로 오르거나 멀리 뛸 때 뒷다리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고양이의 놀라운 점프 실력은 앞다리가 아닌 뒷다리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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