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붐` 타고 소비자 울린 업자들..'죽고, 아프고, 서비스 해지도 나 몰라라'

2020.12.02 16:21:06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우리나라 반려동물시장도 활황세를 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제기된 반려동물 분양 시장의 소비자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분양 시 얼마간의 돈을 내면 일정 기간 동안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신종 서비스에서 피해 사례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2일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6개월간 반려동물 피해구제신청 432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 2018년 142건이던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지난해 200건으로 전년 대비 40.8% 증가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6개월간 피해구제 신청건수도 90건에 달했다. 국내 반려동물 수가 증가한 데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요인까지 겹쳐 피해구제신청이 결코 줄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선진국에서 반려동물 입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국과 영국에서는 반려견 분양가격이 폭등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반려동물 수입 마릿수가 1만27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37마리보다 두 배 넘게 급증했다.

 

반려동물 생산업 허가제 전환으로 국내 반려동물 생산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중국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반려동물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역시 강화된 생산 규제로 동유럽 등지에서 밀수 형태로 들여오는 강아지들이 넘쳐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피해 유형으로는 폐사 관련이 39.8%(172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질병' 34%(147건), 이어 부가서비스 이용 7.6%(33건), 계약내용과 상이한 경우 4.9%(21건), 계약서 미교부 2.5%(11건) 등의 순이었다.

 

폐사나 질병 관련 피해구제신청은 과거부터 반려동물 피해구제신청에서 1~2위를 다투던 항목이다. 환불 등의 문제를 놓고 분쟁이 일었는데 최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비자원이 구입일자 확인이 가능한 159건을 분석한 결과, '15일 이내' 폐사한 사례가 85.5%(136건)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15일 이후' 폐사한 경우는 14.5%(23건)로 나타났다.

 

질병 관련 피해구제 신청 147건을 질병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관리성 질병'이 38.8%(57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유전적 장애 질환' 29.9%(44건), '잠복기성 질병' 28.6%(42건) 등의 순이었다.

 

 

폐사나 질병 관련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환불과 치료비를 요구하게 되는데 폐사 시 펫샵에서는 환불을 거부하고, 동종으로 교환만 가능하다고 하는가 하면 치료비 배상 부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A씨는 지난해 6월 포메라니안 반려견을 50만원에 분양받았다. 이틀 후 반려견이 설사 증세 등을 보여 사업자에게 통보하고 인도했으나, 사업자가 반려견을 관리하던 중 구입 10일 만에 죽었다. A씨는 사업자에게 분양비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동종으로 교환만 가능하다면서 환급을 거부했다.

 

B씨는 지난해 6월 32만원에 분양받은 폼피츠 반려견 2마리가 분양 다음날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여 동물병원을 방문했고, 파보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아 치료하던 중 1마리가 죽었다. 이에 B씨는 사업자에게 분양비 반환과 치료비 배상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이를 무시했다.

 

C씨도 지난해 6월 요크셔테리어를 17만원을 결제했으나 사업자에게 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했다. 이틀 후 요키가 기침 증세를 보여 사업자에게 돌려줬는데 C씨는 반려견 질병 발생 및 계약서 미교부를 이유로 분양비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가 이를 거부했다.

 

눈여겨볼만한 피해 사례는 그간 보이지 않았던 신종 서비스라는 게 소비자원의 판단이다. 피해구제신청이 세 번째로 많았던 부가서비스 이용이 그것이다.

 

최근 2년6개월 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반려동물 부가서비스 이용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33건으로 지난해 전년대비 3배 증가한 18건에 달했고, 올해도 6월까지 9건으로 적지 않았다.

 

메디케어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54.5%(18건)로 가장 많았고, '펫시터 용역 서비스' 24.2%(8건), '교육·훈련서비스' 21.2%(7건)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메디케어와 펫시터는 반려동물 붐이 늘면서 최근 몇 년 새 새롭게 등장한 것들이다.

 

메디케어 서비스는 분양일로부터 1년~7년 간 반려동물 예방접종, 수술 등 각종 치료 할인 혜택이 제공해주는 것으로 노령동물이 되기 전까지 병원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펫시터는 주인을 대신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것으로 펫시터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갈 수도 있고, 소비자의 집으로 올 수도 있다. 단발성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이용권 형태로 수차례에 걸쳐 부를 수도 있다. 훈련 역시 대개 수개월 간 수회에 걸쳐 진행된다.

 

'계약해지 및 환급 거부'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97%(32건)로 사실상 전부였다. 교육‧훈련서비스 이용 중 반려동물이 부상을 입은 피해가 나머지 1건을 차지했다.

 

 

소비자원이 약관을 살펴본 결과 해당 업체들은 '계약취소 및 환불이 불가하다'는 불공정 조항을 약관에 집어넣고 소비자들의 계약해지와 환급 요구를 묵살했다. 메디케어 서비스는 서비스 특성상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으로 매월 일정금액이 빠져 나가게 된다. 방문판매법 상 계속거래에 해당하지만 소비자가 계약변경과 해지를 요구해도 요지부동이었다.

 

D씨가 그런 사례다. D씨는 올 2월 토이푸들 반려견을 분양받으면서 6년 회원제의 메디케어 서비스에 가입하고 66만원을 할부 결제했다. D씨는 바로 다음 날 계약해지를 요청했지만 사업자는 변경 및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불공정 약관을 내세우면서다.

 

메디케어는 분양 시점부터 서비스가 시작되므로 분양업소와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명 펫샵 연계동물병원에서 할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폐사와 질병에 이은 메디케어 서비스가 펫샵 관련 소비자 피해의 주요 유형이 될 수도 있을 판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반려동물 관련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판매업자가 지자체에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고, 분양 이후 반려동물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판매처에 즉시 통보할 것을 권고했다.

 

부가서비스 이용 계약 체결 시에는 계약서에 중도 변경 및 해지, 계약취소 불가 등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약관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반려동물에게 질병이 발생하거나 폐사하는 경우 이용하지 못한 서비스 요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지 사전에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부가서비스 계약 시 피해 발생 시 보상 과정에 많은 힘이 드는 현금보다는 신용카드 할부결제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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