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의 충견 '하치' 이야기
[김민정 일본 통신원] "하치코 앞에서 만나자"
일본 도쿄 시부야역 앞에서 만남을 약속한 이들은 열이면 열 이렇게 말한다. 네이버에서 시부야역을 검색해 보면 바로 달려 나오는 단어가 '하치'일 정도로 시부야역을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다.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충견 동상 '하치코 상'(ハチ公 像)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상의 주인공은 '하치'가 본명이며 '하치코'는 애칭이다. 특이하게도 이 동상은 하치가 살아 있을때 만들어졌다.
1923년 아키타현(秋田県)에서 태어난 하치는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6개의 견종 중 유일한 대형견인 일본 토종 '아키타견'이다. 2009년엔 리차드 기어 주연의 영화 '하치 이야기'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시부야에 살고 있던 대학교수 우에노씨는 아키타 새끼 한마리를 기르고 싶었고 하치를 데려 왔다. 무척이나 하치를 아꼈던 그는 하치와 함께 출근길 시부야역에 데리고 가기도 하며 매우 귀여워 해줬다.
하치는 매일 현관 앞이나 시부야역까지 주인을 마중나가 줬다고 한다. 하지만 우에노씨는 하치를 기르기 시작한 이듬해 그만 뇌출혈로 저세상으로 떠났다.
하치는 그후 3일 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우에노 교수의 발인식 날엔 함께 기르던 개 죤과 같이 시부야역에 우에노씨의 마중을 나갔었다고 한다.
주인을 잃은 하치는 그후 친척집에도 잠시 맡겨진 적이 있으나 산책중 갑자기 시부야역을 향해 뛰어가는 등의 행동을 보여 할 수 없이 다시 시부야 근처 친척집으로 보내진다. 그때는 이미 우에노씨가 사망한 지 2년이 지난 때였다.
이때부터 하치의 전설이 시작된다. 하치는 그때부터 9년간이나 계속 시부야역을 오가며 주인을 기다리는 생활을 한다. 하치는 가끔 상인들이나 어린이들에게 학대를 당하기도 했지만 아랑곳 않고 시부야역을 오갔다.
그러던 중 일본견보존협회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하치에 대해 알게 된다. 역 주변의 애물단지와도 같았던-사실 주인을 잃고 늙어 가던 개였으니 몰골이 좋지는 않았을 법하다-하치를 가엾게 여겨 하치 이야기를 신문에 투고한다.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치는 '하치코'로 불리우며 유명해 졌다. 코는 한자로 '公' 사람들이 하치코를 높여 부른 것이었다.
하치에게 먹을것을 가져다 주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시부야역은 하치가 역앞에서 밤새 지내는 일도 허용했다. 1933년 하치는 세계적 애견단체 '포치 클럽'으로부터 표창도 받을 정도로 유명해진다.
1934년 하치의 미담을 들은 조각가의 희망으로 동상이 만들어진다. 당시의 하치 보호자는 아뜨리에까지 매일 하치를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생겼다. 하치에 관한 모든 것을 생전의 우에노씨 일가로부터 위탁받았다 자칭하며 한 노인이 출현, 하치코 동상 자금마련을 위해 그림엽서를 팔기 시작하는 일이 벌어진 것. 때문에 조각가는 서둘러 동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하치 생전에 동상이 제작된 이유이다. 하치는 이듬해인 1934년 영화 '알프스의 대장'에 출연하기도 한다. 하치는 1935년 만 11살로 생을 마쳤다. 죽은 며칠 뒤 시부야역에선 장례식을 겸한 고별식이 열렸고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하치는 지금 자신을 끔찍히 아꼈던 우에노 교수의 옆에 나란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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