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동물을 꽃으로 피워 내다
2015.09.24 14:37:32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일본 고교생들 생명의꽃프로젝트 눈길
안락사 개고양이 유골로 꽃 키우면서 사회에 안락사 알려
강연대 위 작은 화분에 꽃이 피어 있다.
'생명의 꽃 프로젝트'이라는 모임을 만든 이들이 주최한 강연회가 최근 일본 다이토구 우에노 공원의 박물관에서 열렸다.
생명의 꽃 프로젝트는 안락사 당한 개나 고양이의 뼈를 흙과 섞어 비료를 만들고 그 비료로 꽃을 기르면서 동물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아오모리현(青森県)의 한 여고생 무카이 아이미가가 '가엾다..만으로는 끝낼 수 없다'라는 생각이 발단이 됐다.
2012년 3월 아오모리 동물보호센터를 방문한 아이미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은 포획되거나 데리고 온 개와 고양이들이 살처분되고, 유골은 폐기물로 버려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아오모리시 중심부에서 차로 20분 정도의 장소에 아오모리 동물보호센터가 있다. 겉이 유리로 된 건물로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의 장소이다. 드넓은 도그런도 있어 동물과의 접촉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귀여운 개와 동물이 전시돼 있어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은 강습회등의 교육을 받은 후 입양할수 있다. 수수료는 한마리당 3000엔, 우리돈으로 3만원이 좀 안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차로 10분정도 거리의 산 속에 있는 관리시설은 정반대의 분위기다. 문은 굳게 닫혀져 있고 쓸쓸하게 건물이 세워져 있다.
안에 들어가면 곧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비명, 괴성, 짖는 소리 등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아는 것인지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듯한 울음소리들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고교생들이 방문했을때 치와와 한 마리가 구석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안락사 후의 사체들의 모든 소각작업이 끝나면 최후에 남는 재가 유골이다. 쌀포대 하나에 약 15킬로그램, 추정 100마리정도의 유골이 모아진다. 얼마간은 보관되다가 년 2회 산업폐기물로서 처분된다. 묘에 뿌려지거나 꽃이 바쳐지는 일 하나 없다.
그때껏 집에서 귀여워할 줄만 알았던 고등학생들은 막상 버려진 동물들이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고교생인 자신들이 뭔가 할 수있는 일은 없을까라고 생각한 끝에 한 학생이 유골을 흙과 섞어 꽃을 피워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유골의 영양분을 받아 피어난 꽃이 많은 사람에게 안락사를 알리는 일이 될것이라 생각했다.
이 의견은 찬반양론에도 부딪혔지만 2013년 농업고교클럽 전국대회 의견 발표에서 최우수상과 문부성총리상을 받았고 실제 실행에 옮겨 졌다.
생명의 꽃 프로젝트는 받아 온 유골을 흙과 섞기 위해서는 아주 잘게 부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작업은 상상이상으로 힘든 작업이다. 벽돌을 이용해 손수 뼈를 부순다. 가끔 타고 남은 이름표나 목줄의 금속부분, 이빨 등도 나온다. 자연히 눈물이 쏟아져 버린다.
완성된 흙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 모두가 씨앗을 뿌린다. 죽음을 맞은 동물들을 위해 한알 한알 기도를 담아... 이렇게 해서 키운 꽃들은 여러 이벤트 등의 현장에서 방문자에게 나눠주게 된다.
프로젝트를 제안했던 아이미는 이미 학교를 졸업했고 후배들이 프로젝트를 이어 받았다. 현재 3학년인 이시하시는 "처음엔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내용을 알게 되면서 죽은 생명을 어떻게해서라도 한 번은 꽃으로 태어나게 해 길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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