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암벽은 타지 않지만...' 실내암벽장의 고양이 코치

2020.12.14 13:37:25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스트레칭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노트펫] '레인이가 웬일이지. 스트레칭을 다하고 ^^;'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실내 암벽장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고양이 코치가 있다. 이 코치가 암벽을 타는 것은 본 사람은 없지만 누구든 그의 눈빛 앞에서는 주눅이 든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가기 얼마 전. 이 실내 암벽장의 센터장은 놀라운 모습을 목격했다.

 

실내 암벽장의 마스코트 고양이 레인이가 회원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레인이는 이제 7개월 된 삼색 고양이다.

 

비오던 날 만난 레인이. 

 

올봄 비오는 날 한 아파트 단지 아래에서 니아옹, 니아옹하며 한없이 어미를 찾고 있던 녀석을 센터장이 데려왔다. 한참을 기다려 봤으나 어미는 보이지 않고, 하염없이 우는 어린 고양이가 마음을 붙들어 맸더란다.

 

비오는 날 만난 것에서 '레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집에 데려와 안정을 찾은 뒤 센터장은 실내 암벽장에 데려가면 혹시나 암벽을 탈 지도 모르겠다는 기대 아닌 기대도 했단다.

 

어린 고양이들은 한동안 그 귀여운 발톱을 박아가면서 사람 바지도 올라타고, 캣타워도 타고 하지 않느냐 말이지. 베테랑 집사들은 이런 점을 알고 집에다 등산을 즐기는 녀석들을 위해 클라이밍 보드를 설치해주기도 하니까.

 

첫날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으나........

 

하지만 그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암벽장에 데려온 첫날엔 '깡' 좋게 암벽을 탔다. 하지만, 그 이후로 몇차례 올려도 줘봤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움직여주질 않았다.

 

그러니 센터장이 회원과 스트레칭을 하는 레인이를 보고 머리를 갸우뚱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레인이는 그 대신 암벽장을 찾는 이들의 마음에 올라가 버렸다.

 

우다다는 기본이고, 암벽장 비품들을 장난감으로 여기고. 때로는 어느새 다가와 서프라이즈까지. 하악질로 일갈하는 코칭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마스코트가 되고보니 그때부터는 모두가 생각하는 대로다. 회원들은 레인이를 잊지 않고 간식도 갖다주고, 더 재미있게 놀라고 장난감도 사다 바쳤다. 

 

어떤 회원은 레인이와 놀아주는데 더 정신이 팔려 정작 암벽 타는 시간을 평소보다 짧게 가져가기도 했더란다. '회원님, 아무리 레인이가 이뻐도 그러시면 늘지 않습니다 ^^;'

 

포토 타임도 빼놓지 않고 암벽장에 온 첫 날 가졌더란다. 레인이 앞에 휴대폰을 꺼내고 몰려든 팬들의 모습이란 마치 제작 발표회에 나선 스타들 부럽지 않은 인기를 가질 것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레인이는 지금은 입주과외(?)에 나선 상태다. 낯선 곳일 텐데도 암벽장에서 하던대로 엄한(?) 코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단다.

 

레인이를 암벽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게 모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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