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차에 뒀다는 이유로 동물학대 의심받던 택배기사의 반전

2021.01.06 13:37:25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한 아파트 주민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혼자 차에 남겨져 있다며 택배기사의 학대를 의심하는 글을 게시했다. 학대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노트펫] 말티즈 강아지를 차에 혼자 뒀다는 이유로 학대 의심을 받았던 택배기사의 해명에 지지와 응원이 쏟아졌다.

 

지난 2일 네이트 판에 올라온 '반려견과 함께하는 택배기사입니다'라는 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자신을 CJ대한통운 택배기사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말티즈 반려견 경태에 대한 소개와 함께 왜 항상 경태를 데리고 다니는지에 대해 밝혔다.

 

지난해 12월초 올라온 학대의심 글에 대한 해명이었다.

 

한 아파트 주민이 택배탑차 짐칸에 혼자 있는 말티즈 사진을 게시하면서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매일 점심시간에 보이고 저녁에도 항상 택배물건들 사이에 강아지 혼자 있다며 너무 위험해 보이고, 춥고, 누가 해코지할까봐 걱정된다는 거였다.

 

또 강아지가 꼬질꼬질한 채로 벌벌 떨면서 있고, 발톱 관리 상태도 좋지 않다면서 동물학대 신고를 언급했다.

 

그런데 이 글에 대한 반응은 글쓴이의 글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이 강아지를 알고 있는 이들이 있었고, 데리고 다니는 사연 역시나 알려져 있었다. 이들이 적극 나서 택배기사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었다.

 

최초 글게시자는 옷을 입은 사진을 재차 게시하면서 자신의 학대 의심이 맞지 않느냐고 다시 주장했으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하지만 이대로가 끝이 아니었으니 마음이 상한 글쓴이가 옷을 입은 말티즈 사진을 다시 게시하면서 학대가 아니냐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다시 사실과 다르다면서 글쓴이를 논박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현재 원글은 삭제된 상태지만 다른 커뮤니티로 옮겨지면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 결론적으로 글쓴이가 건진 것이 없었다.  삭제된 원글도 박제돼 그대로 인터넷 상에 남아 있다.  

 

택배기사의 2일 게시글은 자신을 지지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 성격이 강했다.

 

택배기사는 "저는 글쓰는 재주도 솜씨도 없어 그간 이곳에 글을 써보려 했지만 권한이 없어 미뤘다가 오늘에서야 큰 마음 먹고 인사드린다"며 "우선 저와 저의 반려견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반려견은 올해로 열살 말티즈이고 이름은 경태"라면서 "2013년 장마철에 집 앞 주차장 화단에서 온 몸에 털이 빠지고 겨우 숨만 붙어있는채 발견됐고 이 아이는 가망이 없다 큰 기대는 하지마시라는 당시 수의사 선생님께 일단 살려만 달라 부탁드려 살린 아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병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을 때의 경태.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피부병 때문에 몸털이 하나도 없었고 온몸이 사람에게 받은 물리적 타격으로 골절상태로 살다가 치료없이 자연적으로 뼈가 붙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 돌아다니는 뼛조각 때문에 수술도 몇차례 진행했고 심장사상충 말기 상태로 정말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상태인 아이였다고도 했다.

 

학대받다 볼썽 사납고 몹시 아픈 상태로 버려진 어린 말티즈를 거둔 것이었다.

 

택배기사는 "저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큰 애정이 없던 사람이었지만 우리 경태를 만난 후 인생이 바뀐 사람"이라며 경태에 대한 무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왜 데리고 다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경태의 최근 모습1.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그는 "저의 반려견은 제가 없는 공간에서는 24시간이든 48시간이든 아무것도 먹지도(않고) 바라는 것 없이 짖고 울기만 한다"며 "저의 업무는 아시는 바와 같이 육체적 노동과 더불어 늘 시간에 쫓기는 업무이다보니 아이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태의 최근 모습 2. 깔끔한 피부를 갖고 있는 열살 말티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그는 "그러다 찾은 길이 아이와 함께 있을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처음에는 늘 탑차 조수석에 두다가 조수석에 있어도 제가 안보이면 미친듯이 불안해하던 아이라 배송할 때만 탑칸에 뒀다"며 "참 희한하게 탑칸에 놔두니 아이가 짖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기에 그때부터 이동시에에는 조수석에 두고 배송할 때만 탑칸에 두게 됐다"고 해명했다.

 

해당 주민의 학대 의심은 이런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조수석이나 운전석 뒷공간에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줘도 아이에게는 무용지물이라 그냥 저와 아이가 좋고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내고 있었다"며 "그런 저의 방법이 어떤 고객님께는 상당히 불편하셨나보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고객님께서 걱정하시고 염려하시는 부분 어떤 마음이신지 충분히 이해한다"며 "걱정하시는 부분을 조금만 지켜봐 주시면 어떨런지요? 차후에 제가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꼭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네티즌들은 택배기사를 응원하면서 절도 등 혹시 모를 위해가 가해질 수 있으니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택배기사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해당 아파트에서는 아기띠와 같은 형태의 강아지띠로 경태를 가슴에 품고 배송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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