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보험하는 수의사
2015.10.01 17:50:21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박대곤 FC, 동물병원 14년 운영뒤 보험인 변신
수의사 출신 유일 보험설계사.."새로운 일 하고 싶은 마음에"
"진로 고민? 멋진 선배들을 롤모델로 삼아라"
"수의사는 진료거부하면 안되죠.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안 만나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죠. ^^"
수의사들이 모이는 곳이면 항상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박대곤 ING생명 FC(재무컨설턴트)다. 그의 말대로라면 보험 파는 사람이다. 그는 수의사 출신 보험설계사다. 아마 국내에서 유일한 수의사 출신 보험설계사이지 싶다.
"1996년 27살에 동물병원을 개원하고 그 사이에 쇼핑몰 두 곳과 학원도 했었죠. 동물병원 운영프로그램 만든 것도, 책을 낸 것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그러다 37살 무렵에 회의가 들었죠. 열심히 살아 왔는데 매우 힘들었거든요. 답을 찾아봤지만 별로 나오는 것이 없었죠"
그가 동물병원을 박차고 나와 다른 삶을 찾은 이유다. 그는 병원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후 다른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했고, 또 어떻게 성공과 함께 가정을 지키고 살고 있는지.
보험설계사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그의 고민을 들은 그의 담당 FC가 보험일을 제안했고, 보름 만에 출근하게 됐다. 물론 그의 인생관에 따라서다.
"수의대생들이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죠? 그것은 너무 많은 것 중에 고르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무엇을 선택해도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멋있게 사는 선배를 따라 가면 됩니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마음에 당기는 것을 하면 답이 나옵니다."
2007년 5월 FC로 나섰다. 보험설계사 일을 한 지 이제 9년. 그는 그가 속한 ING생명 안에서 상위권에 포진한 선수다. 상위 3% 이상이 돼야 들어갈 수 있는 라이온클럽 FC이고, 지난해 전체 ING생명 FC중 13위에 올랐다. 계약유지율은 92%에 달한다.
이런 성적이 전부 수의사들에게서 나왔을까. 의외로 수의사는 별로 되지 않는단다. "무술을 배우려 해도 3년은 밥짓는 일만 해야죠. 참을 인자를 칼로 새기고 몇개월을 살았죠." 처음 3, 4년간은 아예 수의사들을 찾지도 않았단다.
자리를 잡은 현재 과거 왜 수의사가 보험설계사를 하느냐고 못마땅해 하던 이들에게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본바닥인 동물병원 전문 FC로도 활동하고 있다.
"과거 수의사들은 노무나 세무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도 됐죠. 수의사인데 왜 보험설계사를 하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수의사인데 다른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돈문제에 대해 잘 아는 수의사인 셈이죠."
수의사 면허가 있기에 다시 돌아갈 길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단골로 받는다. "솔직히 언제까지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것 만은 약속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살아 있고, 한국에 있으면 전화번호 안 바꿀테니 연락하세요."
그는 전남대학교 수의대 출신으로 수동물병원을 개원했고, 현재도 다울동물병원의 원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2명의 수의사들이 쓴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로 참여했고, 또 그간 인터넷 상에 올린 글들을 모아 '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라는 책도 펴냈다.
이 글은 위클리벳 제10회 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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