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훔치려다 임자 만난 강도들'..칼로 위협한 주인이 전직 권투선수

2021.02.10 15:20:56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호프집을 경영하는 제임스 코젠스는 아마추어 복서 출신이다. 그는 복싱기술 덕분에 강아지 로지를 훔치려는 강도들을 제압했다. [출처: 제임스 코젠스]

 

[노트펫] 요즘 유럽에서 강아지 도둑이 기승을 부려 사회문제가 됐다. 강도 2명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남성을 칼로 위협해서 강아지를 훔치려다가, 아마추어 복싱선수 출신인 견주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린 아들을 둔 아버지 제임스 코젠스(29세)는 지난 5일 오후 1시경 영국 웨일스 카마던셔 주(州) 밀레니엄 해안가에서 생후 20주 된 보더콜리 강아지 ‘로지’를 산책시키다가 두 남성을 만났다. 한 남성이 로지를 안아들자, 코젠스는 강아지를 귀여워하는 이웃으로 여겼다.

 

그런데 두 남성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해서, 강아지를 뺏어가려고 했다. 코젠스가 강아지 로지를 데려오려고 강도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강도들이 칼을 빼들고 그를 위협했다.

 

코젠스와 강아지는 강도들을 피해서 모파 버위그 자연보호구역으로 도망쳤고, 강도 한 명이 도망치던 로지를 붙잡았다. 강도는 “네 반려견을 데려간다. 개를 되찾으려고 하면, 너를 칼로 찌르겠다.”고 협박했다.

 

라이트헤비급 아마추어 복싱선수 출신인 코젠스는 로지를 붙잡은 강도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한 대 쳤다. 그러나 그는 강아지를 놓지 않았다. 코젠스는 다시 두 번 더 주먹을 날렸고, 로지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다른 강도는 코젠스의 등을 4~5번 가격했지만, 코젠스는 강아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아픈 줄도 몰랐다. 코젠스는 로지를 안자마자 도망쳤고, 쓰러진 강도가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에 강도들은 견주를 쫓지 못했다.

 

강도들은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사실 그는 평범한 견주가 아니었다. 그는 코로나19 영업정지로 수도 런던에서 호프집을 정리한 후 경비로 일하면서, 지난해 8월 이 지역으로 이주해서 호프집을 열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는 “물론 나도 무서웠다,”며 “행인이 많은 오후 1시30분에 도둑질을 하는 것으로 보아, 이 남자들은 잃을 게 없어 보였지만, 내 반려견 없이 도망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모두 자신과 같은 상황이 아니기에 걱정된다며 “어린 강아지를 찾는 도둑들이 노인이나 아이 같은 더 취약한 사람을 표적으로 범행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디버드-포이스 경찰서는 “극도로 희귀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견주들에게 강도가 경찰이나 동물단체 직원을 가장해 개를 훔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인상착의와 함께 범인들을 공개 수배했다. 40대 남성은 키 6피트(약 183㎝)에 단단한 체격이고, 어두운 패딩 점퍼에 하늘색 청바지를 입었다고 한다. 20대 남성은 키 5피트6인치(170㎝)에 비슷한 옷차림을 했다.

 

코로나19로 강아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아지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애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견 입양 문의가 전년 대비 62% 급증했다. 이 탓에 영국에서 개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반려견 절도가 조직범죄로 진화하면서, 온갖 범죄 수법이 동원돼 견주들이 반려견 산책마저 조심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개 도둑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훔치려고 시도했다가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 9일 영국 일간지 미러에 따르면,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 메이지 맥커덤(23세)은 6살 안내견 ‘윌로우’를 운동시키려고 목줄을 풀어줬는데, 한 남성이 다가와서 윌로우의 나이와 견종을 물어봤다.

 

그리고 그가 안내견의 목에 목줄을 채우는 모습을 보고, 맥커덤은 그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외친 후 윌로우를 데리고 도망쳤다. 도둑은 그녀가 완전히 못 보는 줄 알았지만, 그녀는 주변시야를 잃었을 뿐 시각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라서 그의 도둑질을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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