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아닌 스릴러?'..냉온탕 오가는 애증(?)의 멍냥이 남매

2021.03.04 17:03:44    서윤주 기자 syj13@inbnet.co.kr

 

[노트펫] 로맨스물의 한 장면처럼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나란히 창밖을 구경하던 강아지와 고양이. 끝까지 달달할 것만 같던 이 장면의 후반에는 깜짝 반전이 숨어 있었다.

 

최근 집사 민재 씨는 고양이 '그린이(본명 이그린)'와 강아지 '산도(본명 이산도)'가 나란히 창밖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말간 햇볕을 받으며 나란히 창밖을 보고 있는 그린이와 산도.

 

 

스크래처 위에 엎드려 있던 그린이는 귓속말을 하려는 듯 산도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려 했다.

 

하지만 바깥 경치에 취한 산도는 이에 개의치 않고 계속 바깥 구경을 했다.

 

뭔가 기대한 반응이 있었는지 그린이는 다시 한번 산도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산도는 그린이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따뜻한 햇볕 아래 다정한 강아지와 고양이. 보기만 해도 힐링 될 것 같은 분위기는 그린이의 냥펀치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딱' 소리가 날 만큼 강력한 냥펀치를 날려놓고 모르는 척하는 그린이에 기분이 상한 산도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오늘도 파이팅 넘치게 놀아보자구!!"

 

민재 씨는 "저희 집에 있는 멍냥이들은 평소 한 아이가 창밖을 보고 있으면 우르르 몰려가 함께 보려 해요"라며 "이날은 그린이와 산도가 나란히 창밖을 보고 있기에 카메라를 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냥펀치 맞는 모습만 보면 산도가 불쌍해 보일 수 있는데 사실 저희 집 멍냥이들은 함께 잘 어울리고 있어요"라며 "두 냥이들이 산도에게 발톱을 보인 적도 없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잡기 놀이하고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사이좋은 남매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재 씨네 둘째인 4살 그린이는 아깽이 시절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가 전 임보자 분에 구조됐다.

 

사색에 잠긴 그린이. (사실은 간식 달라고 조르는 중)

 

"임보자 분께서 올린 입양 공고를 보고 그린이를 가족으로 들이게 됐어요. 그린이는 애교도 많고 사람과 스킨십도 많이 하는 냥이랍니다"라고 민재 씨는 그린이를 소개했다.

 

행동파인 첫째 '뜰이(본명 이뜰)', 산도와 달리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린이는 형과 동생이 뛰어놀 때 홀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데 비해 식탐은 많은 편이라 뚱냥이가 됐다고 한다.

 

2살 된 산도는 유기동물 구조단체의 입양 공고를 본 민재 씨가 데려온 소심하지만 사랑 넘치는 멍멍이다.

 

"가끔 부시시하다고 놀리눈 친구들이 있는데.. 괜찮아! 난 귀엽구 행복한 멍멍이니까!"

 

처음 집에 온 4개월 때부터 고양이 오빠들과 함께 지내서 그런지 고양이와 강아지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솜방망이를 처음 맞았을 때만 해도 당황스러워하더니 요즘은 다른 강아지들과 있을 때 급하면 냥펀치를 날리려 한다는 산도.

 

현실 남매처럼 오빠들과 티격태격하기는 해도 함께 지낸 시간 동안 서로의 언어를 많이 익혀서 그런지 다들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며 행동을 하고 있다.

 

민재 씨의 첫 반려묘인 5살 뜰이는 지금의 민재 씨 부부를 있게 해준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란다.

 

동생들을 두루두루 살피는 첫째 냥이 뜰이.

 

결혼 전 민재 씨 남편분이 집 뒤뜰에서 생후 10일 된 아깽이를 구조한 것을 계기로 가족이 됐다는 뜰이.

 

첫째인 뜰이는 장난기가 많고 몸 쓰는 걸 좋아해 막내인 산도와 잘 놀고, 사람에게 애착이 많아 집사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단다.

 

멍냥이들과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냐는 질문에 민재 씨는 산도의 엎드려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엎드린 채 기다리고 있으면 밥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산도는 언젠가부터 밥, 간식을 먹는 뜰이 앞에서 '엎드려'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뜰이가 먹을 만큼 먹고 자리를 뜨는데 산도는 엎드려를 하고 있으면 오빠가 먹을 것을 남겨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민재 씨는 웃어 보였다.

 

멍냥이들의 자율성과 개성을 존중해 엄격한 교육보다는 자연스러운 체득과 정서적 안정감을 중시한다는 민재 씨.

 

어딜 가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이좋은 멍냥이들.

 

이런 이유로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산도가 미용을 받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필요한 부분만 집에서 다듬어주고 미용을 받으러 다니지 않고 있단다.

 

민재 씨의 배려와 사랑 덕분인지 멍냥이들 모두 특별한 문제 행동 없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_marinani_'로 놀러오시개!"

 

삼 남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민재 씨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세 아이들. 우리에게 와줘서 너무 고맙고 뭘 해도 좋으니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해"라고 말했다.

 

이어 "아프지 말고 오래 살자"라며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리 해도 내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한 것 같아"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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