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먹고가렴' 가게에 길고양이 급식소 자리 내준 이연복 쉐프

2021.03.21 09:00:00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이연복 쉐프가 고양이들을 위해 자신의 음식점 주차장 한 켠에 급식소 자리를 내줬다.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이연복 쉐프의 목란 주차장 너머 화단에 멀리서 보기에 얼핏 우체통으로 보이는 노란 통 시설물이 등장했다.

 

이연복 쉐프의 목란 주차장에 설치된 급식소. 서대문구 20호 급식소다. 

 

지붕 옆면 한 가운데에는 녹색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이 물건. 서대문구의 공식 길고양이 급식소였다.

 

서대문구가 고양이 보호를 위해 급식소를 꾸준히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그 공식 급식소가 이연복 쉐프의 음식점에도 들어선 것이었다.

 

급식소 설치와 운영을 맡고 있는 지역 길고양이 단체인 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이하 서동행)는 구청과 구의회, 관내 공원, 도서관, 안산 등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급식소를 설치하고 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에도 있다.

 

'위풍당당 급식소'라는 취지에 맞춰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고 쉬었다가 가라는 의미에서다.

 

서대문구의 3호 길고양이 급식소. 

 

서동행은 이연복 쉐프의 목란 역시 '위풍당당'이라는 취지에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설치해도 되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해봤다. 조은영 서동행 대표는 "이연복 쉐프의 목란은 주차장 공간이 있고 많은 이들이 드나들면서 고양이 인식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연복 쉐프는 지금 유기견 출신의 생일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것은 물론 과거 길고양이 학대에도 엄청난 분노를 표시하면서 동물 사랑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화재가 발생한 배우 이용녀의 보호소에도 달려가 복구를 거들기도 했던 그다.

 

생일이와 함께 찻 속에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던 생일이는 안락사 직전까지 갔었다. 

 

지난해 이연복 쉐프가 12년째 돌봐왔다고 밝힌 길고양이. 한번 죽었다가 살아나서 '기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화재가 발생한 배우 이용녀의 보호소를 찾은 이연복 쉐프와 펜트하우스에 출연중인 배우 윤종훈 

 

그럼에도 사유지인 만큼 요청은 신중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쉐프 측에서 생각지도 못한 제안도 들고 나왔다.

 

조 대표는 "목란 지배인을 통해 요청을 넣은 바로 다음날 이연복 쉐프의 사모님으로부터 곧장 연락이 왔다"며 "그분께서는 목란은 물론 자택에서도 설치해줄 수 없겠느냐고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말했다.

 

목란 길고양이 급식소와 길고양이 1. 

 

목란 길고양이 급식소와 길고양이 2. 

 

알고보니 목란은 주차장 근처에 고양이 밥자리를 만들어 고양이들을 챙겨주고 있었다. 과거 주변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던 이 쉐프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3대가 고양이를 키우고 돌보는 직원이 있을 정도로 직원들 역시 고양이 애호가들이었다. 

 

조 대표는 "서대문구에서는 가디언스라고 부르는 분들이 급식소를 관리하게 되는데 이곳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며 "목란 측에서 말도 하기 전에 고양이들이 급식소를 이용하는 모습을 찍어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는 현재 29곳의 공식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된 상태다. 서동행은 하반기 당초 계획했던 34곳보다 더 많은 급식소 설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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