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이와 물치기의 멧돼지 사냥①

멧돼지는 행동인 날랜 노루, 고라니와는 달리 힘이 세고, 사나워서 사냥하기 쉽지 않은 동물로 손꼽힌다. 그래서 멧돼지는 호랑이, 표범, 늑대가 사실상 멸종한 우리 생태계에서 사람을 제외한 그 어떤 동물도 멧돼지를 위협할 수 없다.

 

그결과 멧돼지는 좁은 서식지역에서 과다번식하고 그로 인한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성체 멧돼지 한 마리가 살려면 기본적인 생활영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도개는 체중 20∼30킬로그램의 중소형견으로서 멧돼지 사냥에서는 주로 멧돼지를 몰아가는 역할에 적합하다.

 

수용 능력을 초과해 불어난 멧돼지 개체수는 힘이 약한 멧돼지들을 주서식 지역인 산림지역에서 사람들이 사는 도심으로 내모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생존경쟁에서 쫓겨난 멧돼지들은 민가를 침입하고,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넘치는 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위한 멧돼지 사냥은 정해진 지역에 자격을 갖춘 엽사들에게 허용된다. 엽사들은 사나우면서도 날쌘 멧돼지 사냥을 위해 왈왈이와 물치기라는 사냥개를 이용한다.

 

왈왈이는 이름 그대로 왈왈 짖으면서 멧돼지를 몰아가는 일종의 몰이꾼 역할을 하는 사냥개다. 왈왈이의 주된 사명은 멧돼지를 몰아가서 포위하여 멧돼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몰이꾼 왈왈이는 사냥감인 멧돼지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는다. 왈왈이는 멧돼지를 보고 계속 짖어서 공격용 사냥개인 물치기나 주인인 엽사가 와서 멧돼지를 처리하게 하는 것까지가 자신의 역할이다.


물치기는 왈왈이가 몰아온 사냥감 멧돼지를 직접 공격하여 제압하는 역할을 하는 사냥개다.

 

왈왈이와 물치기를 이용한 멧돼지 사냥은 마치 아프리카 사자 무리가 얼룩말, 누 같은 대형 초식동물들을 사냥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리의 젊은 암컷들은 사냥감을 정해진 장소로 몰아가는 역할을 하고, 경험 많은 암컷들은 수풀에 매복하고 있다가 급습하여 사냥감의 숨통을 끊는다.

사자 무리들의 이런 사냥과정을 분석하면 몰이, 매복, 습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왈왈이와 물치기를 이용한 멧돼지 사냥 과정도 이와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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