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집사가 팔근육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적당히 흔들어서는 NO만족'
2021.06.09 15:10:11 서윤주 기자 syj13@inbnet.co.kr
[노트펫] 열정적으로 장난감을 흔드는 집사를 보고도 고양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원하던 스피드와 움직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최근 집사 선경 씨는 고양이 '치즈'와 놀아주기 위해 치즈의 최애 장난감인 억새풀 낚싯대를 집어 들었다.
캣타워에 앉아 있는 치즈의 앞에서 열심히 억새풀 낚싯대를 흔드는 집사. 하지만 치즈는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집사도 오기가 생기기 마련.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반응을 해줬으면'이라고 생각하며 선경 씨는 최선을 다해 장난감을 흔들었다.
한참만에 억새풀 장난감 쪽으로 시선을 돌린 치즈는 장난감을 향해 냥펀치를 날리는데. 표정을 보니 당장이라도 "노잼이다옹. 치워라옹"이라고 말을 할 것만 같다.
아무래도 치즈의 마음에 드는 속도와 움직임을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집사가 팔근육 강화와 스킬 강화에 좀 더 힘써야 할 듯하다.
선경 씨는 "평소 억새풀 장난감을 캣타워 위에서 흔들고 있으면 치즈가 호다닥 올라와서 냥펀치를 날리는데 저 날은 뭔가 반응이 시원찮더라고요"라며 "그래서 '반응해 주십셔' 하고 얼굴 앞에 대고 막 흔들었는데 약간 '에잇 귀찮다. 옜다 집사야' 하는 느낌으로 탁탁 쳤어요"라고 설명했다.
8개월 차 캣초딩 치즈는 올해 1월 초, 한파주의보가 있던 날 선경 씨 친구가 일하고 있는 가게 옆 공영주차장에서 구조된 냥이다.
밥을 챙겨준 선경 씨 친구를 졸졸 쫓아다니다가 잠깐 한눈판 사이 차도 한복판에 덩그러니 있었다는 치즈.
그 모습을 본 선경 씨 친구는 '오늘 얘를 데러가지 않으면 얼어 죽거나 차에 치여죽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경 씨 친구의 집에는 다른 반려동물이 있었기에 가족으로 들이기 쉽지 않았고. 마침 그날 만나기로 한 선경 씨에게 치즈의 임시보호를 부탁했단다.
치즈가 집에 온 날, 선경 씨는 치즈가 내는 '이 소리'에 화들짝 놀라 다급하게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고양이 폐렴과 같은 무서운 질병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걱정이 된 선경 씨는 영상을 찍은 뒤 서둘러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끊임없이 '이 소리'를 내던 치즈는 동물병원에 딱 도착하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고, 선경 씨는 '영상을 찍어와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으로 수의사 선생님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을 본 수의사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며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던 선경 씨가 치즈의 골골송을 듣고 아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길에서 지내다가 따뜻한 집에 온 게 너무 좋았나 봐요. 그날 수의사님도 웃고 저도 웃었어요"라고 선경 씨는 치즈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처럼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고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선경 씨는 좋은 가족을 찾아주기 전까지만 치즈를 돌봐줄 생각이었는데 함께 지내다 보니 정이 들어 치즈를 가족으로 들이기로 했다.
물론 치즈를 가족으로 들이기까지 선경 씨는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선경 씨는 치즈를 위해 집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선경 씨는 치즈와 함께 하며 매일매일 멋진 집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선경 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치즈는 깨발랄한 냥이로 성장했다. 에너지 넘치는 캣초딩 시기라 하루에 네다섯 번을 놀아줘도 지치지 않는다고.
호기심이 많아 처음 보는 물건이나 처음 보는 장소에 가면 꼭 냄새를 맡아보고 냥펀치를 날려보고 들어가 봐야 한다는 치즈.
"아침에 일어나면 저를 깨우러 오는데 몸 위로 올라와 제 얼굴에 몸을 문질러요"라며 선경 씨는 치즈 덕분에 매일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선경 씨는 "나의 새해 선물이 되어 준 치즈야.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움과 소중함을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라며 "나는 치즈랑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한데 넌 어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치즈도 나랑 같이 사는 게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집사랑 함께해 줘. 사랑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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