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뉴스 도중 고양이가 어슬렁댄다면
출연자들은 심각한 정치 주제를 놓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 한 구석에 고양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어슬렁대기 시작한다. 어슬렁대기만 다행일까 간혹 출연자 용으로 놔둔 물에 혀를 갖다 대기까지 한다.
[김민정 일본 통신원]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이런 일이 일본의 유력 방송사에서 매주 토요일 발생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MBC나 SBS로 생각할 수 있는 일본 TV도쿄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5분까지 '타세 야스히로의 주간 뉴스신서'라는 뉴스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방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그 주에 있었던 정치 이슈를 갖고 여러 토론자가 나와 서로의 의견을 말한다.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딱딱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는 반전이 하나 있다. 바로 스튜디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다.
'냐냐'라는 이름을 가진 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고양이는 뉴스가 진행되는 동안 그루밍은 기본이고 낮잠도 잔다. 게다가 심심할라치면 출연자 앞에 놓인 머그컵에 얼굴을 들이밀거나 출연자용 음료에도 혀를 가져다 댄다. 예측불허의 해프닝이 속출하는 방송이다.
이런 행패 아닌 행피가 가능한 것은 뉴스 진행자 타세 야스히로가 출연 당시 냥이 출연을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토요일 낮시간대 느긋하고 편안한 공간 속에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을 컨셉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딱딱한 내용 만으로는 이런 컨셉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고 고양이가 투입됐다.
지금은 냐냐가 고정 출연하고 있지만 실은 이보다 앞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고양이가 있었다. 마고라는 이름의 아메리칸 숏헤어 고양이로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고 이 자리를 냐냐가 채웠다. 냐냐는 원래는 길고양이였다. 방송국 청소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방송국 주변에 픽업(?)됐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단다. 딱딱한 주제에 게다가 생방송이라 긴장감이 한껏 고조돼 있던 찰라 태연한 냐냐의 등장은 긴장을 늦추고 어색한 토론의 분위기도 누그러 뜨린다.
냐냐는 뉴스 홈페이지의 출연진 소개 코너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음달 사진집과 DVD도 발간될 예정이다.
2시간이 넘는 분량의 DVD에는 생후 3일부터 지금까지의 성장과정과 방송국 안을 이리저리 탐험하는 내용, 냐냐의 하루 등의 내용이 담긴다.
청소장에서 스타가 탄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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