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공동경비구역
[나비와빠루] 제 8부
[노트펫] 고양이 나비는 강아지 빠루에 비해 평생 더 큰 자유를 누렸다. 빠루에게 자유가 허락된 공간은 담장 안의 실외 공간인 마당이었다. 빠루가 외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필자는 평소 늦잠을 즐겼다. 하지만 그게 부모님의 눈에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결국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라는 부모님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빠루와의 산책이었다.
혼자하면 아무 재미없는 산책 대신 빠루와 함께 하는 산책은 재미있었다. 이런 산책에 걸린 시간은 보통 30~40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나비가 누린 무제한의 자유와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나비는 거의 제한 없는 자유를 누렸다. 외출하고 싶으면 담벼락에 올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나비는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이를 오르내리는 일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어린이의 눈에는 두 동물이 누리는 자유의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그 이유를 여쭤보기도 했다. 이유는 크게 4가지였다.
첫째, 개와 고양이는 책임구역이 다르다. 빠루는 도둑의 침입을 막는 게 업무여서 마당을 벗어나면 안 된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면 목청껏 짖어 위험을 주인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나비의 경비 지역은 빠루보다 넓다. 집 주변 쥐들도 언제든 집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므로 눈에 띄는 데로 미리 잡아두는 게 좋은 일이다. 동네 이웃들도 좋아하는 일이다.
둘째, 개는 풀어 놓고 키우면 안 된다. 사람들을 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개는 물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개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사람을 무는 대신 도망가는 길을 선택한다.
셋째, 분변 처리 문제다. 물론 고양이도 문제를 일으키긴 하지만 개에 비해 덜 하다.
넷째, 동네를 수시로 배회하는 개장수들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개가 주요 포획 대상이었다. 심지어 대문 열린 집에 주인 없이 혼자 있는 개가 보이면 개장수는 개 도둑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할아버지는 외출 시 대문을 몇 번씩 확인했다.
그렇다고 나비의 자유가 24시간 허용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4시면 나비는 귀가했다. 식사를 마친 나비는 부엌에서 잠을 청했다. 어머니는 나비의 야간 외출은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비에게는 별도의 야간 임무가 주어졌다.
당시 대부분 주택의 부엌은 본채에 연결된 별채 같은 공간이었다. 요리를 하는 공간인 부엌에는 특성상 다양한 먹을 것이 존재했다. 저녁을 일찍 배부르게 먹은 나비는 단 한 번도 사람의 먹을 것에는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부엌의 야간 경비를 나비에게 맡겼다.
960~70년대 전형적인 부엌. 2021년 7월 수도산박물관에서 촬영
나비는 동이 트고 아침이 되면 부엌이라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 설치류로의 침입으로부터 밤새 부엌을 완벽하게 방어한 나비에게 주어진 보상은 온기 있는 아침밥이었다. 그것도 주인이 손수 가시를 제거한 생선살이 듬뿍 들어간 밥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나비가 부엌에서 나갈 무렵이면 빠루도 나갈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였다. 빠루의 외출은 먼저 할아버지의 빗질로 시작된다. 할아버지가 비를 들면 빠루는 거의 축제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외출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게 1970년대 초반 필자 집안의 아침 일상이었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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