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짓는 이유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까치를 길조(吉兆)로 여겼다. 그래서 함부로 까치를 살상하지 않고 귀하게 대하였다. 하지만 요즘 까치들의 팔자는 다르다.
까치는 과수원 농사를 망치고, 전봇대에 집을 지어 정전을 유발하는 아주 골치 아픈 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길조는 커녕 흉조(凶鳥)나 유해조수(有害鳥獸)로 분류되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까치의 신분이 그야말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글 중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짓는다'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까치의 집 짓는 습성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까치는 자신의 체구에 비하면 제법 큰 둥지를 짓는다. 까치가 보통 크기의 둥지를 틀기 위해 가져오는 나뭇가지의 무게만도 1.5kg 내외 정도 된다. 1.5kg의 나뭇가지를 실제로 들어보면 제법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작은 까치의 체구를 감안하면 보통 정성으로 모으기 힘든 양이다.
까치는 부지런하다. 자신의 성실함으로 많은 나뭇가지들을 부리로 물고 와서 집을 만든다. 따라서 까치가 둥지를 틀기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 나무 기둥과 가지들은 상당히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도심이 아닌 야생에서 까치가 둥지를 틀 때는 미루나무 같이 제법 탄탄한 나무를 고른다.
그런데 미루나무 같은 튼튼한 나무가 없는 도심 속 까치들은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영리한 까치들은 비록 나무는 아니지만, 자신의 무거운 둥지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나무 비슷한 대체재를 도시에서 찾았다. 까치 입장에서 전봇대는 매우 이상적인 둥지 대체재다.
전봇대는 진짜 나무 못지 않게 높으면서 미루나무처럼, 아니 더 튼튼하다. 까치 입장에서 보면 전봇대는 천적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지킬 수 있는 높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같은 튼튼함과 내구성을 가진 좋은 대안이다.
어떻게 보면 미루나무보다 둥지를 틀기에는 더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봇대를 사랑하는 도심 속 까치들 때문에 골치 아픈 사람들도 있다. 한국전력 같은 전기회사는 사실 까치 때문에 무척 괴롭다.
까치가 만든 둥지들 때문에 정전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정전 사고의 5% 내외는 까치가 전봇대에 지은 둥지 때문이라고 한다.
까치는 농촌에서는 농작물 수확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도시에서는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제공자로 지목받고 있다. 도시와 농촌에서 동시에 민원을 일으키고 있는 까치는 결국 지난 2001년 환경부에 의해 유해조수로 지정되었다.
지난 5000년 동안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던 길조가 십 여 년 전 국가적 차원에서 해로운 새가 되고 말았다. 까치처럼 신분이 급격하게 추락한 야생동물은 국내에서는 거의 없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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