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가는줄 알고 좋아서 뛰어나갔는데...' 병원서 이틀 만에 주검이 된 반려견
2021.11.03 11:16:38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반려견 의료사고 의심하며 소송전 나선 보호자
"진료기록부 조차 볼 수 없다니" 분통
[노트펫] "산책 가는 줄만 알고 마냥 좋아서 뛰어나갔던 아이가 이렇게 어이없게 죽어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무리해서 시술하다 예정에 없던 개복 수술을 하고 잘 회복될 것이라고 했던 수의사는 적당히 하라며 민사소송을 걸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동물은 진료기록부조차 확보할 수 없습니다."
방광내시경 시술을 받게끔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가 이틀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반려견 보호자의 사연에 수많은 이들이 분노와 함께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간호사인 보호자는 수의사고를 의심하면서 동물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사람과 달리 동물은 진료기록부 조차 볼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건강했던 2살 강아지를 죽이고 법대로 하자는 수의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6만 건 가까운 조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보호자가 주장하는 사연에 호응하는 이들이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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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2살이 된 말티즈 뽀야는 올해 방광결석을 진단받았다. 배를 여는 개복 없이 당일 퇴원이 가능한 방광내시경 시술을 알게 되었고, 지난 9월 서울 강동구의 모 동물병원에서 방광내시경 시술을 받게 됐다. 사전 검사결과지를 본 수의사는 충분히 시술이 가능하다며 무리해서 시술하지 않고 결석의 양에 따라 2번에 나눠 시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17일 해당 병원에서 시술이 시작됐다. 그런데 시술을 진행을 하다가 예정에 없던 개복 수술을 하게 됐다. 경미한 열상(상처)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수의사는 개복 수술이 끝나고 방광과 요도가 만나는 부분의 열상을 잘 봉합했고 3일 후 퇴원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후유증을 걱정하자 "점막은 2~3일이면 후유증 없이 회복이 된다. 책임지고 건강하게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수의사는 그러면서 한 차례에 모두 결석을 제거하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고 보호자에게 말했다. 보호자는 "수의사는 심지어 웃으며 "사실은 방광이 터진줄 알았다. 다 잊으시고 처음부터 우리 병원에서 개복 수술을 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후 병원에 가서 창문 틈으로 바라본 뽀야는 보호자를 알아보는 것 같은데도 힘 없이 누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의료진한테도 꼬리를 쳤을 만큼 활력도 있었다는 병원 측의 말을 믿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오후 9시가 되어갈 무렵 병원 측은 난데없이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동물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했다. "아이가 활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그저 계속 누우려고 할 뿐 응급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이 병원의 협력병원으로 데려간 뽀야의 상태는 말과 달리 처참했다. 의식이 없었고,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수의사는 본인 병원에 있을 때는 소변도 잘 나오고 상태도 좋았다고 발뺌했다. 또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했다.
협력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으면서 방광부분 봉합을 풀어보니 수술 부위와 상관 없는 요관에서 소변이 새고 있었다. 방광 봉합 부위는 부종 및 충혈이 심했으며, 일부 괴사까지 진행이 됐던 상태였다. 소변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신장 기능에도 문제가 생겼고, 요독증으로 인해 뇌손상까지 생겨 뽀야는 비명을 지르며 계속 경련을 했다.
경미한 열상이 아니라 카테터(내시경)가 방광을 뚫고 나오면서 개복 수술을 진행하게 됐다는 사실도 이때가 되어 알게 됐다.
방광 괴사로 인해 2차례나 수술을 했지만 뽀야는 수술 3일째 되던날 요독증 악화로 인해 마취에서 깨지 못해 사망했다. 산책 나가는 줄 알고 좋다고 뛰어나갔던 건강한 반려견이 이틀만에 주검이 됐다.
허망하게 뽀야를 보낸 것은 물론 협력병원에서 진상을 알게되면서 보호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찾아간 수의사의 태도는 불에 기름을 붓기에 충분했다.
수의사는 아이는 죽었고, 원하는 걸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 병원 수술비 환불, 협력병원 치료비, 아이 장례비를 요구하는 보호자에게 본인 수술비 환불 외에는 어떤 책임도 져줄 수 없다고 했다. 적당히 하라며 민사소송을 걸라고 했다.
보호자는 "수의사는 "무릎이라도 꿇을까요?"라고 말하며 본인은 성격이 무뚝뚝해서 진정성 있는 사과는 못하겠다고 했다"며 또 "진료기록부는 수의사법에 따르면 제공 의무가 없으니 제공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송을 알아보면서 파악한 현실은 보호자를 더 절망하게 만들었다. 수의사 말대로 사람과 달리 동물은 소송 준비 단계에서는 진료기록부를 강제로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
현재 국회에는 동물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수의계의 반발이 거세 의미있는 법안 심사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인 보호자로서는 이런 상황이 납득할 수 없었다.
보호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그리고 자신의 SNS에도 뽀야의 억울한 사연을 공개하고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알게 된 이같은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보호자는 노트펫에 "저는 간호사로서 병원 시스템과 의무기록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수의사법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허술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기록부가 사람과 달리 발급이 의무가 아니어서 사고 발생시 보호자는 과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고, 소송시에도 정보 격차가 생겨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수의사법도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게 개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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