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메라니안의 독특한 배변 습관
[나비와빠루] 제 18부
[노트펫] 독일은 유럽에서 지역을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나라다. 프랑스가 있는 서쪽으로 가면 서부 유럽, 스웨덴이 있는 북으로 가면 북유럽, 이탈리아가 있는 남쪽으로 가면 남유럽, 폴란드가 있는 동쪽으로 가면 동유럽이 된다.
유럽의 국경선은 그동안 전쟁 때문에 수시로 변경되기도 했다. 나폴레옹 전쟁과 제 1, 2차 세계대전이 대표적이다.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선도 그렇다. 양국 북부는 발트해(the Baltic sea)와 접한다. 발트해 연안(沿岸)의 양국 접경인 포메라니아(Pomerania)도 역사의 흐름에 따라 주인이 종종 바뀌었다. 현재 포메라니아는 서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폴란드에 속한다.
그런데 포메라니아라는 유럽의 낯선 지명은 국내 애견가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지역을 대표하는 명견 포메라니안(Pomeranian) 때문이다. 포메라니안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다. 그 이전까지 소형견의 세계는 치와와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꽃도 권력도 그 무성함에는 끝이 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는 옛 고사처럼 1980년대 비슷한 시기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와 함께 포메라니안은 영원할 것 같던 치와와(Chihuahua)의 전성기를 끝낸다.
필자가 중학생일 때 ‘누누’라는 포메라니안이 있었다. 작은 여우같은 깜찍함과 귀여움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군말 없이 귀가했다. 어떤 유혹도 주인을 기다리는 누누를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모든 게 예뻤던 누누에게는 독특한 습관이 있었다. 누누는 볼일을 보면 거의 어김없이 캉캉거리면서 전신의 힘을 다한 강력한 뒷발질을 수차례 했다. 독특한 행동이었다.
추억은 기억의 잔상(殘像)과 같다. 평소 잠재의식 속에 아련하게 숨었다가, 방아쇠(trigger)처럼 특정 계기가 생기면 조금 전 일처럼 생생하게 뇌리에 그 기억을 다시 전달한다.
얼마 전, 공원 잔디밭에서 주인과 산책을 나온 포메라니안을 보았다. 한눈에 봐도 멋진 털을 가진 아름다운 개였다. 그런데 경쾌하게 걷던 포메라니안은 갑자기 변의(便意)를 느낀 것 같았다. 잠시 후 일을 마친 포메라니안은 과거에 누누가 한 것 같은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바로 그 순간, 세상 만물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 같았다. 기억이 소환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뮤직 비디오는 과한 조명을 이용하여 주변은 잘 보이지 않게 하고, 주인공만 화려하게 부각되는 촬영 기법을 사용했다. 그 개의 행동을 본 필자의 눈도 순간 그랬다. 90년대 화려한 뮤직 비디오의 주인공처럼 포메라니안이 보였다. 그 이외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날 포메라니안의 행동은 포메라니안의 배변 습관을 이해하는 큰 도움이 되었다. 2014년 홍콩 몽콕(旺角)의 육교에서도 그런 포메라니안을 본 적이 있고,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Province of Ontario)에서도 누누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포메라니안을 보았다.
얼마 전 경우까지 치면 네 번이나 관찰한 것이다. 이 정도 같으면 누누의 습관은 포메라니안의 공통적 배변습관이라 일반화시켜도 될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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