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라면...' 아픈 몸 이끌고 7km 떨어진 회사로 찾아온 길고양이
2021.11.16 15:08:12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자기를 챙겨준 사람의 회사까지 수 킬로미터를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온 길고양이가 마침내 그 사람의 평생 가족이 됐다. 고양이는 자신을 도와줄 것을 알았던 것일까.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최근 자신을 찾아 무려 7km를 찾아온 길고양이의 시민구조후기를 소개했다. 카라는 동물을 구조한 시민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시민구조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조자는 지난해 10월 화성에서 길고양이 꽁지를 처음 만났다.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고양이를 잘 아는 집사가 되고 싶어 길고양이와 유기묘 쉼터 봉사를 다니던 중이었다.
밥자리를 챙겨주는 할머니 이야기로는 꽁지는 7년째 그곳에서 살아온 길고양이였다. 꽁지는 새끼 2마리를 출산한 지 2~3개월 정도 지났고, 면역력이 떨어져 구내염을 앓기 시작한 상태였다.
구조자가 꽁지를 돌보면서 근처 동물병원에서 구내염 약을 지어와 급여를 했지만 약을 먹을 때만 침을 흘리지 않았고, 먹는 내내 구토를 하거나 괴로운 듯 입을 쳐냈다. 구내염과 함께 너무나 말라서 중성화수술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올 4월 꽁지는 마른 몸에 배가 불룩해졌다. 복수가 찼다고 생각하고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는 또다시 새끼를 밴 것이었다. 새끼 6마리를 품고 있었는데 몸무게는 겨우 3.7kg에 불과했다.
5월 초 새끼를 낳았지만 2마리는 직후 죽었고, 4마리만 살아남았다. 구내염으로 탯줄도 제대로 끊지 못했다. 병원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수유가 끝나는 2개월만 더 두고보기로 했다. 성치 못한 몸으로 새끼들 돌보는 것은 무리였고, 어느새 4마리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7월말이 되자 꽁지는 밥자리에도 찾아오지 않았다. 약 1주일간 보이지 않아 밥자리 근처를 모두 뒤졌지만 허탕이었다. 그렇게 떠났다고 생각할 무렵, 꽁지는 구조자의 직장 근처에서 발견됐다.
밥자리는 화성, 구조자의 직장은 수원. 대략 7km 정도로 사람이 쉬지 않고 걸어서 1시간30분 걸리는 거리였다. 서울로 치자면 광화문에서 여의도 넘어가는 마포대교 북단까지 되는 거리였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가, 그것도 8년 가까이 밥자리 주변을 맴돌던 꽁지가 이곳에 있을 것이라곤 믿기 힘들었다. 회사 동료들 말로는 약 1주일 전부터 회사 앞에서 돌아다녔다고 했다. 침을 많이 흘리고 캔을 따줘도 먹지를 못했다. 구내염 때문이었다.
머뭇댈 시간이 없었다. 꽁지를 발견한 7월25일 당일 바로 붙잡아서 병원으로 데려갔다. 체중은 고작 2.6kg, 엑스레이 촬영결과 많이 늘어난 위로 인해 위장 운동이 원활하지 못했고, 호흡도 힘겨웠다. 구내염은 어느새 잇몸, 혀 밑, 목구멍까지 번져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구내염을 잡기 위해 어금니를 전부 뽑았고, 출산 뒤로 미뤄뒀던 중성화수술도 내친 김에 진행하기로 했다. 꽁지를 치료하면서 언젠가로 기대했던 묘연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꽁지를 입양키로 한 것이다.
평생 가족이 된 꽁지는 퇴원하고 집으로 온 뒤 실내생활에도 잘 적응해 사냥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단다. 윤기나는 털에 녹색빛이 감도는 동그란 눈으로 호기심 가득하다. 또 살도 오르는 모습이다.
구조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꽁지라는 묘연을 만났다"며 "제 손으로 직접 구조한 아이인 만큼 제 곁을 떠날 때까지 잘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는 "오랫 동안 보살펴주던 구조자분과 지내니 아무래도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한 것 같다"며 구조자와 꽁지의 묘연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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