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땅굴에 갇힌 댕댕이..길목 막은 거북 탓에 3시간 넘게 감금

2021.11.29 15:23:22    김국헌 기자 papercut@inbnet.co.kr
프렌치 불독 반려견 브루스와 아프리카 가시거북 비앙카. [출처: 미셸 포틴 인스타그램]

 

[노트펫] 프렌치 불독 반려견이 자신보다 2배 큰 거북이 파놓은 땅굴에 3시간 넘게 갇혔다가 소방관들의 도움으로 탈출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셸 포틴은 지난 21일 정오에 애리조나 주(州) 스코츠데일 시(市) 집 2층에서 빨래를 개고 있었다. 10살 아들 켄턴이 2층에 올라와서 1살 프렌치 불독 반려견 ‘브루스’를 찾았다.

 

아들의 성화에 온 가족이 브루스를 찾아서 집안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브루스는 아무데도 없었고, 두 아이들은 불안에 떨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뒷마당에서 브루스가 납치당한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포틴 가족은 브루스의 실종전단지를 만들고, 이웃집 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브루스를 찾아 나섰다. 집 근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금세 절망으로 바뀌었다. 포틴 부부는 경찰에 신고했다.

 

거북 비앙카가 집 뒷마당 나무집 아래 1.8m 깊이의 땅굴을 크게 팠다.

 

가가호호 탐문에 지친 가족은 집을 한 번 더 살펴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차 수색에서 엄마는 뒷마당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때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 소리가 너무 약해서, 어디서 나는지 딱 짚어낼 수 없었다.

 

그때 15살 아프리카 가시거북 ‘비앙카’의 땅굴이 눈에 들어왔다. 뒷마당 나무집 안에 비앙카가 땅굴을 파놨는데, 그곳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엄마는 “나는 거북이 굴에 다가갔고, 지하에서 브루스가 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놀랍게도 브루스가 미로 같은 거북 땅굴에 갇혀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거북은 체온을 유지하고 포식자로부터 은신하기 위해서 땅굴을 판다. 설카타 거북이라고도 부르는 아프리카 가시거북은 특히 더 깊고 큰 굴을 파는 경향이 있다. 굴 깊이가 20피트(6.1m)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소방관들과 전문가가 애쓴 끝에 반려견과 거북 모두 땅굴에서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출처: 스코츠데일 소방서 트위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앙카의 굴은 깊이 6피트(약 1.8m)에, 45도 경사로 파여 있었다. 폭은 3피트(0.9m) 가까웠다.

 

게다가 체중 50파운드(22.7㎏)의 거북이 브루스가 밖으로 나갈 출구를 막고 있었다. 브루스의 몸무게는 거북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아서, 힘으로 거북을 이길 수 없었다.

 

엄마는 “어떻게 브루스를 구출할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비앙카가 왜 굴 밖으로 나오지 않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비앙카가 브루스와 같이 거기 아래에 있길 원한다고 상상치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10살 아들이 브루스를 구하기 위해서 땅굴로 들어가겠다고 고집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땅굴에 기어들어가려고 했고, 당황한 부부는 결국 도움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엄마는 지역 거북 구조단체에 연락했지만, 일요일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부부는 스코츠데일 소방서에 전화해서, 거북 굴에 갇힌 강아지를 구해달라고 말했다. 황당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자, 소방관은 일단 아들부터 당장 땅굴 밖으로 나오게 하라고 당부했다.

 

신고 후 10분 만에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대니얼 에스피노자 소방서장이 소방관 3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에스피노자 서장은 “나는 신고 내용을 보고 믿기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출동한 동물 구조 사고 가운데 가장 이례적인 사고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포틴 가족과 소방관들이 브루스와 비앙카를 구출한 후 기념사진을 남겼다.

 

처음 접한 사고 유형이라서 소방관들도 바로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굴을 파내려가다가 무너지면, 반려견과 거북이 다칠 위험도 있었다.

 

게다가 브루스는 겁에 질려서 미친 듯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포틴 부부의 9살 딸이 브루스 걱정에 울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소방관들도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전문가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긴 마찬가지였다. 피닉스 파충류 보호단체의 러스 존슨 회장은 연락을 받고 “나도 개가 거북 땅굴에 들어가서, 거북이 길을 막고 개가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말은 결코 들어보지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존슨 회장이 가장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은 프렌치 불독이 나가려고 거북을 밀다가, 거북을 질식사 시키는 것이었다. 결국 존슨 회장은 꾀를 짜냈다. 그녀는 소방관들에게 삽과 곡괭이로 땅굴을 그대로 유지한 채 땅굴 입구 반대편에 새 출구를 조심스럽게 파라고 충고했다.

 

소방관들이 출동한 지 40분 됐을 때, 브루스가 갑자기 짖지 않았다. 브루스가 땅굴에 갇힌 지 3시간 정도 됐을 때였다. 엄마는 아이들 앞에서 브루스가 질식해 죽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서,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울며 기도했다.

 

잠시 후 남편 제이슨이 집에 뛰어 들어와서 기쁜 소식을 전했다. 소방관들이 땅을 파자, 거북이 궁금해서 고개를 내민 것이다! 소방관들은 재빨리 거북을 붙잡아서 꺼냈고, 출구가 뚫리자 브루스가 땅굴 밖으로 튀어나왔다.

 

브루스는 목이 많이 말랐던지, 나오자마자 물을 잔뜩 마셨다. 그 외에 브루스의 몸에 이상은 없었다. 포틴 가족은 브루스가 다시는 거북 땅굴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훈련사의 도움을 받아서 브루스를 훈련시키기로 했다.

 

엄마는 “나는 열 받고, 슬픈 동시에 행복했다.”며 “우리는 소방관들과 피닉스 파충류 보호단체에 매우 감사한다. 그들이 정말 그날을 멋지게 만들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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