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한강다리에 내몰린 두 고양이의 엇갈린 운명

2021.11.30 16:41:32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노트펫] 같은 날 같은 시각 한강다리에서 발견됐지만 두 고양이의 운명은 너무나 달랐다.

 

지난 24일 오후 고양이 한 마리가 마포구와 영등포구를 잇는 성산대교 다리 난간에 몸을 웅크린채 얼어붙어 있다는 제보가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들어왔다.

 

제보자는 자세한 위치와 현장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왔고, 확인 결과 고양이는 단 한 발자국만 잘못 딛으면 다리 아래 한강으로 추락하는 위태로운 위치에 있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가 어떤 이유에서 다리 위에 있게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1km가 넘도록 끝나지 않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패닉 상태로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성산대교 난간 아래 몸을 꽁꽁 숨기고 있던 고양이. 

 

오도가도 못한 채, 끊임없이 씽씽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두려움과 추위에 떨고있는 고양이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강제적으로 구조를 시도했다가는, 자칫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로 뛰어들거나 다리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어 구조도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활동가들은 포획틀을 덮개로 덮어 어둡게 하고 안전한 대피소처럼 만들어 근처에 설치하고 기다렸다.

 

강제로 구조를 시도했다가는 자칫 한강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고양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포획틀로 달려 들어갔다.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활동가들은 포획틀 문이 안전히 닫히는 것을 보고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구조 후 바로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진행한 결과 고양이는 2살 정도 나이로 추정되고 음식물 섭취를 못한 지 며칠 지나 보였다. 꼬리 아래 부분에 심하게 찢어진 상처가 발견되어, 응급 봉합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구조된 밤비는 카라의 동물보호소로 옮겨졌다. 

 

활동가들은 예쁜 무늬를 가진 삼색의 고양이에게 '밤비' 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곤 카라 더불어숨센터로 데려와 상처회복을 위한 돌봄을 시작했다.

 

밤비는 참 운이 좋은 편이었다. 비슷한 시간 성산대교에 있던 다른 고양이는 정반대의 운명을 맞이했다.

 

'밤비'의 구조가 완료되어갈 무렵 카라의 활동가들은 같은 성산대교 위에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다는 새로운 긴급 제보를 받았다.

 

성산대교 도로 중앙 분리대 쪽에 다리를 절뚝이는 아기 고양이가 있다는 제보였다. 제보자는 구조만 가능하다면 아기고양이를 직접 임시보호도 하시겠다고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성산대교 중앙분리대 쪽에서 발견된 어린 고양이. 이미 절명한 상태였다. 

 

활동가들은 성산대교 다리 위를 샅샅이 확인하기 시작했고, 결국 쓰러져 있는 아기고양이를 찾았다. 절뚝인다는 고양이는 그 사이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로드킬로 사망한 많은 동물들이 그렇듯 2차 사고로 사체마저 더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빠른 수습에 나섰다. 활동가들은 잠시 다리 위 차량들에 양해를 구하고 아기고양이 사체를 수습했다.

 

이제 약 6~7개월령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고양이는 외상도 전혀 없고 고운 털도 그대로였다. 누군가 손만 대도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날 것 같았지만 병원에 가보니 장기는 파열되어 한쪽으로 모두 쏠려 있었다. 교통사고로 복부에 큰 충격을 받고 사망한 것이 틀림 없었다.

로드킬은 사체 훼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빠른 수습이 필요했다. 

 

낭떠러지 같은 다리 아래로는 강물이 흐르고 있어 뛰어 내릴 수 없고, 끝없이 이어진 도로 위는 쉬지 않고 차들이 달리는 장소. 두 고양이는 둘 다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성산대교를 빠져나갈 수 없었을 터였다.

 

밤비는 사람의 손으로 벗어났고, 어린 고양이는 죽음에 이르고 나서야 다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이편이 현실 세계에서 빈도가 높은 결론이다.

 

활동가들은 이미 숨이 멎은 뒤에 만났지만, 다리 위에서 만난 것을 기억하기 위해 이 녀석에서 '릿지' 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장례를 치러줬다.

 

카라는 "추위를 피해 엔진룸에 들어갔다가 차량이 출발할 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차량 주행중에 떨어지는 것이 고양이들이 다리 위에서 발견되는 원인일 수 있다"며 "고양이, 운전자, 차량 모두의 안전을 위해, 차량 출발 전에 고양이들이 나올 수 있도록 겨울철에는 본네트를 똑똑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도로변, 골목에서 로드킬로 사망하는 동물은 연 평균 신고로 집계된 경우만 1500건"이라며 "인적이 드문 도로, 급커브 구간에서는 운전에 주의해 주시고, 동물 발견시 속도를 줄이고 경적을 울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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