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개 실태조사한다더니 개식용 합법화 연구?
2021.12.14 15:00:14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농정원, 식용개 실태조사 연구용역 취소
'개 산업 법제화 방안' 포함 요구했다 항의 빗발
[노트펫]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출범한 가운데 함께 식용개 사육 실태조사 연구용역 입찰이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용역 결과에 농장 실태 조사와 함께 '개 산업 법제화 방안'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가 동물단체 등으로부터 강력 반발을 샀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과 동물단체에 따르면 농정원은 최근 '개 사육농가와 도축현황에 대한 경영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했다.
국내 개 사육 현황을 조사하고, 국내 개 사육 농가의 경영실태 및 도축실태를 조사분석하며 해외 개 사육 및 유통, 정책 사례를 조사한다는 내용이다. 용역비로 1억2000만원이 책정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총괄하고, 농정원은 전담기관으로 연구용역을 관리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개 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날 첫 회의에서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식용 개 사육유통에 대한 실태조사도 내년 2월까지 실시키로 했고 이번 연구용역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키로 한 사육농장과 도살장 실태조사에 해당한다.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에는 '국내 개 사육 현황 조사'와 '국내 개 사육 농가의 경영실태 및 도축실태 조사 분석'과 함께 '국내 개 사육업 방향 제시'를 용역결과에 담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내 개 사육업 방향 제시'와 관련해 세부내용으로 '경영 안정화 및 개 산업 지원 정책 방안'과 '개 산업 법제화 방안'을 요구했다. 조사는 그동안 개식용 합법화를 요구해온 한국육견협회 소속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식용개 사육을 하나의 산업으로 간주하고 연구용역에 착수토록 하고 있는 셈으로 종식을 위한 실태조사가 거꾸로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로 오인케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었다.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을위한행동, 어웨어 등 국내 주요 17개 동물단체들은 이 부분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단체들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제안서에 명시된 연구의 목적은 '국내 개 사육업 경영 안정화 및 개 산업 지원 정책 방안'과 '개 산업 법제화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일 뿐 제안서 그 어디에도 '개식용 종식'은 찾아볼 수 없다"며 "온갖 불법이 자행되는 동물학대 산업의 종식은커녕 '개식용 합법화'를 위한 초석 다지기와 다를 바 없는 연구"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소위 식용개 사육 및 도살 조사는 그 불법성을 파악하고 조속한 폐쇄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초조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개식용 종식을 검토하라' 지시했음에도 피 같은 국민 세금 1억2000만원을 들여 '개식용 합법화'를 연구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해괴한 어깃장이냐"고 개탄했다.
농정원은 이같은 항의에 해당 연구용역 입찰을 취소하고 향후 다시 검토키로 했다. 농정원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며 "개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와 대통령의 말씀 등을 고려해 면밀히 다시 검토해서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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