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한참 지나 유전질환 나타난 반려견..분양업자 배상책임있다

2021.12.16 16:56:42    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분양 9개월 지나 발현된 반려견 유전질환..분양업자에 치료비 50% 배상 판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노트펫] 분양 후 한참이 지나 반려견에게 유전질환이 나타났더라도 분양업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유전질환 치료에 드는 치료비를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생산 및 분양업자들은 교배 단계에서부터 반려동물의 유전질환에 대해서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광주지방법원(민사21단독 양동학 판사)은 A씨가 전문 브리더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반려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브리더 B씨는 A씨에게 74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950만원을 주고 B씨로부터 포메라니안 강아지 두 마리를 분양받았다. 분양 약 9개월이 지난 2019년 7월 A씨는 동물병원에서 포메라니안 강아지들이 유전질환인 후두골이형성 증후군을 갖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후두골이형성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두개골의 뒷쪽 즉, 후두골이 덜 발달하면서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일컫는다. 사람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품종을 작게 만들면서 두개골의 크기도 작아지는 문제가 생겨 소형견에서 종종 발생한다.

 

척수에 빈 공간이 생기고 물이차는 척수공동증, 뇌조직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 등으로 발현되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머리를 못들고, 다리를 절 수도 있다. 비틀비틀하면서 걷고, 등이 굽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발현되면 반려견과 주인에게는 평생 고통이다.

 

A씨는 후두골이형성 증후군 진단에 앞서 이미 강아지들의 치료비와 수술비로 1400여만원을 지출한 상태였고, 이에 B씨에게 치료비 등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B씨는 "선천적 유전적 기형이 있는 강아지들을 분양했더라도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큰 증상 없이 수술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며 "(특히) 분양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치료비 등의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원천적 하자를 주장했다. A씨 측은 "동물은 민법에 따르면 '물건'에 해당하고, 물건의 매매계약에 있어 원시적 불능으로 인해 매수인이 차후에 이를 하자 없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그 물건의 이행은 불완전 이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또 "A씨가 B씨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위, B씨가 평소 '브리더는 건강하지 못한 강아지를 브리딩 하지 않아야 한다'고 인터넷 및 SNS를 통해 밝혀왔던 점 등을 봤을 때 '건강한 강아지의 인도'는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법원은 "불법행위로 물건이 훼손됐을 때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한 경우에는 훼손으로 인해 교환가치가 감소된 부분을 통상의 손해로 봐야 한다"며 그러나 "반려견은 생명을 지닌 동물로서 상해가 발생할 경우 보통의 물건과 달리 교환가격보다 높은 치료비를 지출하고도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을 고려해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금으로 수술비로 지출한 돈 1400만원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7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유전질환에 대해 모든 책임을 분양업자에게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사정에서다.

 

A씨를 대리한 김동훈(39·변호사시험 1회) 로베리 변호사는 "A씨 강아지들의 증상이 유전으로 인한 선천적 기형 때문이고 이러한 증상이 소형견들에게 흔하게 존재하는 증상이라면 소형견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자로서 미리 인지해 검사 및 선발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도 B씨가 건강한 강아지를 분양할 의무가 있음에도 기형이 있는 강아지들을 분양한 점에서 불완전이행으로 보고 B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이 판결로 분양업자들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분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아직 항소 기한이 남은 상태로 B씨 측의 항소 여부가 주목된다. 당초 이번 소송은 조정도 진행됐으나 결코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는 분양업계측과 쉽사리 합의해서는 안된다는 보호자측이 팽팽히 맞서며 판결까지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