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좀, 우리 강쥐는 습진?!'
얼마 전 옷장정리를 하던 중 남편의 발가락 양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동안 무좀으로 고생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모든 양말을 심지어 등산양말까지도 다 발가락 양말로 바꿨었다.
지긋지긋한 무좀으로부터 탈출한 남편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었지만 혹시 몰라 상태가 좋은 것들은 남겨 두었다. 무좀은 언제 다시 재발할 지 모르니까 말이다. 마치 지간 습진처럼.
반려동물 질환 중에는 심장질환처럼 생명과 직결된 질환이 있는 가하면 생명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 뜨리는 고질적인 질환도 있다. 바로 지간 습진이 대표적이다.
지간 습진은 개나 고양이의 발가락 사이, 발바닥 볼록살(흔히 곰 젤리라고 표현하는)에서의 가려움증, 발적, 부종, 진물 등의 증상을 보이는 피부질환을 아우르는 말로 원인이나 발생과정, 조직학적 변화 등을 바탕으로 좀더 세분화될 수 있다.
지간 습진과 무좀은 같은 듯 다른데, 발 부위에 발생하고, 자주 재발하고, 간지러움 증이 나타나는 등의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원인균에 의해 발생한다.
무좀은 피부사상균(dermatophytes)이라고 하는 곰팡이균이 피부 각질층에 감염되어 발생하며 정확한 병명은 발 백선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개나 고양이에게도 피부사상균증은 있지만 지간 습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간 습진의 경우 세균, 곰팡이, 기생충 등의 감염성 원인 뿐 아니라 외상, 이물, 종양, 알러지, 아토피, 행동학적 원인까지 다양한 요인들로 나타날 수 있다.
지간 습진이 치료가 어렵고 자주 재발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원인이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든 검사를 하고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답답한 마음에 보호자들은 무좀에 적용되는 다양한 민간요법을 시도하여 증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 역시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진균제를 꾸준히 사용하면 낫는 무좀과는 달리 지간 습진의 경우 약물 치료뿐 아니라 음식물 제한, 운동, 넥칼라 착용 등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이러한 관리 부분에 어려움을 느낀다.
지간 습진은 보호자뿐 아니라 수의사에게도 어려운 질환이다. 다양한 검사를 해도 원인을 밝히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보호자를 설득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호자의 치료의지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성질환이 될수록 원인과 증상이 실타래처럼 얽히게 되어 치료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원인을 조기에 밝힐 수 있게 수의사와 상담하여 필요한 검사들은 꼭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지간 습진은 보호자에게도 수의사에게도 어려운 질환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행복한 삶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다 보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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